한일갈등 전방위 외교전…'미국역할론'도 부각
2019-07-16 19:00:00 2019-07-16 21:12:51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최근 정부의 전방위 외교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 각국 지지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편 일본 정부 관계자를 만나 설득 노력까지 병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미국의 중재 역할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전날 일본에 국장급 협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한국이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해 수출 관리 우대조치를 하는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것과 관련해 협의 자리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을 방문한 서호 통일부 차관은 통일부가 세종연구소, 일본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개최한 '한반도 국제평화포럼 2019'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에서 북일관계의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공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차관의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에서 양국은 협력해야 할 관계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서 차관은 방일 기간 동안 일본 외무성의 북핵 문제 관련 당국자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한미일 의원들은 오는 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일본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의 출구를 모색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외교적으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박3일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이날 방한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17일 오전에 청와대를 방문한 뒤 오후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를 면담하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개별적으로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스틸웰 차관보가 방한 기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당초 미국은 외교적 해결을 위해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일 3자 고위급 협의를 추진했지만 일본 측의 거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측이 먼저 한미일 협의를 주선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갈등 조율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도 일본이 추가 경제 보복을 공언한 상황에서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을 한일 관계의 실마리를 풀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에 제안한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설치' 답변 시한(18일) 직전에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이 이뤄진 점이 눈길을 끈다.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 미국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미국 내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회장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연구소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면담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한일 관계 악화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양국 다 미국의 중요한 동맹들이라는 점에서 정말로 걱정스럽다"며 "미국 정부가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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