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올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상반기에 부진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노사 갈등이 커지면서 당분간 위기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달 4일 10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5월 말, 기본급 인상 12만3526원, 성과급은 당기순이익의 30% 등의 내용을 담은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했다.
사측은 이번 교섭에서 어려운 경영 상황을 이유로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노조 관계자는 “실적 악화는 사측의 경영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책임지는 자세 없이 노조의 양보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올초부터 양측이 갈등을 벌여온 최저임금 문제도 난제로 꼽힌다. 사측은 지난 1월 최저임금 개정안 시행 후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최근 노조에 상여금 지급 주기를 기존 격월에서 매월로 바꾸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려면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지만 노조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추석연휴 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25일 진행한 조합원 보고대회 모습. 사진/현대차 노조
기아차 노사도 지난 4일 6차 본교섭을 가졌지만 기본급 인상, 정년 연장 등의 사안에 대해 이견만 확인했다. 기아차 노조는 향후 협상 상황에 따라 현대차 노조와 연대 투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교섭장소를 두고 두 달 가까이 신경전을 벌이다가 오는 9일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노조는 기존 교섭을 진행했던 본사 복지회관 건물 대회의실을 주장했지만 사측은 안전 상의 이유로 본관 건물 내 회의실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지난 5일 사측은 노조에 본관 2층 앙코르룸을 제안했고 노조가 받아들였다.
하지만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은 물론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250%, 향후 10년간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고용안정협정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어 타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심화되면 업체들의 실적 부진과 맞물려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자동차 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을 보면 쌍용자동차만 전년 대비 4.7% 증가했고, 현대차(-5.1%), 기아차(-2.4%), 한국지엠(-6.2%), 르노삼성자동차(-31.9%)는 하락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에서 노사 간 원만한 교섭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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