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퇴직금 상품을 바꿔달라고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하거나, 학교의 강요 때문에 손해가 더 큰 상품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부터 요구해왔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비정규직들은 서울시교육청의 청원 사이트로 몰려가 최근 마감 1주일을 남겨두고 1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일반 시민은 1만명, 학생은 1천명이 동의하면 교육감이나 해당 부서가 한 달 내 답변하는 시스템으로, 1만명 돌파는 작년 8월 개설 이래 두번째입니다.
이토록 개선 요구가 빗발친 까닭은 퇴직금 상품이 확정기여형, 즉 DC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DC는 임금총액을 적립하고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 수익을 내도록 합니다.
이로 인해 가장 손해가 큰 부분은 방학입니다. 비정규직은 연봉제가 아니라 월급제로 급여를 받으며, 방학 때문에 상당 직종이 1년에 두 달 이상은 임금이 없습니다. 그런데 DC는 연간 임금의 12분의 1을 1년에 한번씩 적립하는 겁니다. 반면에 DB, 즉 확정급여형 상품의 수령액은 방학으로 인해 깎이지 않아서 두 상품의 격차가 벌어집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관계자 : "지금 DC제도 같은 경우는법에서 방학 기간이 있는 사업장을 상정하고 설계한 게 아니라서, DB 제도 설정되신 분들하고 DC 제도 설정되신 분들 사이에 차등 문제가 생겨요.">
문제는 자세한 설명 없이 일종의 '불완전판매'가 이뤄졌거나 사실상 강요로 일괄 가입시킨 사례가 많다는 것입니다. 서울 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교장·교감이 DC만 설명하고 서명을 요구하거나, 다른 상품 도입을 요구해도 묵살하는 등의 사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직접 운영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국 학교에서 DC가 더 많은 곳은 서울과 충남 뿐입니다. 서울의 학교 공무직 중에서 퇴직연금을 보유한 사람은 1만6천명, 그 중에서 70~80%는 DC입니다.
교육청은 노조의 주장이 합리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예산 문제 때문에 주저하고 있습니다. 상품을 바꿀 경우 3천억원 내지 그 이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청원 답변에서는 점진적인 문제 해결을 담을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꾸는 꿈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입니다' 라고 교육청이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돈을 적게 받는다고 해서 꿈도 더 작아져야 하는지 비정규직은 묻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 신태현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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