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이광래 우미건설 회장은 18년간의 군 복무 이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마다했다. 40세에 소령으로 예펀한 이 회장은 퇴직금을 일시불로 수령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광래 우미건설 회장. 사진/우미건설
이 회장은 고향 친구와 전자부품회사를 차렸다. 퇴직금 180만원 중 150만원을 들였다. 그러나 동업자가 갑자기 사망했고 사업도 망했다. 다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양돈 사업을 시작했지만 돼지콜레라가 전국적으로 유행했다.
제대 이후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으나 두번의 실패를 연달아 겪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을 택했다. 주택 사업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업을 준비했다고 자부했는데 실패해 실망감과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 해서든 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회장은 당시 심정을 이렇게 회상한다.
주택 사업을 위해 이 회장이 먼저 찾은 곳은 예비군이었다. 예비군 중대장으로 지원한 것이다. 폭넓게 사람을 사귀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낮에는 예비군으로 일하고 저녁이면 주택 관련 건설사업을 공부했다. 1982년 지인들에게 투자 받아 삼진맨션을 세웠다. ‘주식회사 우미(우미건설 전신)’를 세우고 처음 아파트를 지은 것이 1986년, 이 회장이 54세 때였다. 당시 아파트 사업을 하는 건설사 사장 중 나이가 가장 많았지만 설계에서 착공, 준공, 분양까지 이 회장이 모두 직접 챙겼다.
사업 초기에는 설계를 배우기 위해 거의 모든 견본주택을 다녔다. 수상하게 여긴 견본주택 직원들과 실랑이도 많았다. 자금수급계획도 직접 만들었다. 사업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직접 ‘3개년 자금수급계획서’를 창안했다. 계획안에는 모든 일정 전략 자금, 완공 후 입주 전망 및 다른 아파트와의 비교분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내용을 담았다.
이 회장은 주택 사업에 완전히 몰입했다.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늦게까지 회사에서 살았다. 사업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연대보증을 섰던 4개 건설사가 부도나 이를 모두 책임져야 할 때도 있었다.
광주 서구 풍암지구에 1200가구 공공 임대아파트 공사를 막 시작했을 때는 외환위기가 덮쳤다. 시장에 돈이 말랐다. 건실한 주택기업들이 일제히 무너졌다. 하지만 공사를 계속하기로 결정했고 100%로 분양을 마쳤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목포에 주택이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사업을 확장했다. 목포 택지 3필지를 공급받아 1500가구를 완판했다.
회사는 이제 연매출 2조원(계열 포함)을 넘는다. 전국에 7만호가 넘는 주택을 공급했고 대규모 국책사업인 새만금매립사업과 택지조성사업 등 국가 및 사회기반시설 공사에도 참여했다. 약 9600 가구의 임대아파트 공급,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도 진행했다.
기업을 경영하며 다양한 상과 표창을 받았지만 이 회장은 입주민의 만족을 가장 큰 자랑거리로 삼는다. 지난 2008년 경기 동탄신도시 ‘우미린 제일풍경채’ 입주민들이 아파트 품질에 만족한다며 이 회장을 위한 기념비를 단지 내에 세웠다. 감사패는 간혹 받았지만 기념비는 최초였다.
이 회장의 경영은 ‘정도경영’, ‘원칙경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회사가 어려워도 협력회사에 대한 자금 결제를 미루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05년 성실납세 대통령 표창을 비롯, 성실 납세 표창을 다섯 차례 받았다. 이 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라며 “신뢰를 바탕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고비마다 큰 도움을 주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돌아본다.
다양한 사회공헌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국가유공자 주거개선사업에 참여해 2011년 국가유공자 주거개선 공로 대통령 표창 등 총 11회의 국가유공자 주거개선 표창을 받았다. 2006년에는 ‘희망의 집 고쳐주기‘ 감사패, 2004년과 2005년 ’사랑의 집 수리‘ 감사패를 받은 바 있다. 20일 건설회관에서 열린 ‘2019 건설의 날’ 행사에서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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