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핫플레이스’ 익선동과 경리단길의 희비가 엇갈린다. 종로구 익선동 상권은 확장하는 반면 ‘ㅇ리단길’의 원조로 통하는 이태원동 경리단길은 상권 쇠퇴가 이어지면서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경리단길을 할퀴고 간 이후 점포수 증감폭, 매장당 매출액 등 상권 관련 지표에서 두 지역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상권이 커지고 있는 익선동도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험에서 안전하지는 않다.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일대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임대료도 덩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익선동 상권의 매출이 아직은 안정적인 수준이어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는 크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 내에 위치한 상가가 임차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KB부동산이 제공하는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경리단길이 위치한 이태원동 226-2번지를 중심으로 한 반경 300m 이내의 상권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이 일대의 점포 158개를 분석한 결과 매출 규모는 지난해 2월보다 약 13.7% 감소했다. 매장당 월 평균 매출은 지난해 약 3600만원에서 올해 2월 3200만원가량으로 떨어졌다.
이 일대의 점포수도 감소 추세를 보인다. 매장이 가장 많은 음식업종은 지난 2월까지 6개월동안 14개 점포가 사라졌다. 음식업종 점포의 평균 월 매출액은 약 2800만원으로 반년 동안 약 700만원이 감소했다.
반면 익선동 상권의 상황은 정반대다. 익선동 127-5번지 중심 반경 300m 일대의 점포 914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일대 상권의 매출 성장률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3%를 기록했다. 매장당 월 평균 매출액수도 지난해 2월 약 5000만원에서 올해 2월 5900만원까지 올랐다.
이 지역 역시 음식업종 매장이 가장 많았는데 지난 2월까지 6개월간 10개 점포가 더 늘었다. 음식업종의 평균 월 매출액도 440만원가량 오르며 증가세를 보였다.
두 상권의 매출 추이가 정반대인 모습을 나타내는 가운데 경리단길 쇠퇴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임대료가 오르며 경리단길만의 매력을 형성한 소규모 점포가 이탈한 후 상권 매력이 떨어지면서 방문객의 발길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익선동 역시 상권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 위험이 없는 건 아니다. 국토연구원이 젠트리피케이션 지표를 활용해 연구한 결과 2017년 기준 익선동과 그 주변 지역은 젠트리피케이션 경계단계로 분류된다. 이 지표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 심각성 정도를 △초기(지역 쇠퇴 상태) △주의(상업 활동 증가하면서 지역 활성화 진행) △경계(자본의 지속적 유입으로 부동산 시세 상승, 유동인구와 매출액 증가) △위험(주거지 상업화, 대규모 프랜차이즈 유입, 임대료 상승에 따른 비자발적 이주 발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익선동의 부동산 시세가 오르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임대료에도 반영된다. 상가정보연구소는 2016년 익선동 상가의 임대료가 전년 대비 약 15%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익선동 상권의 임대료가 올라 지역 일대의 소규모 상점이 부담을 느끼면 익선동을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유동인구가 많고 점포의 수익이 안정적이어서 임대료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젠트리피케이션이 현실화할 위험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익선동 상권의 성장세와 임대료 수준을 고려하면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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