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8일 방한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한미가 대화 재개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셈이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방한기간 중 카운트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한 고위급 관계자들과 회동을 한다. '하노이 노 딜' 이후 우리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는 가운데 이른바 '굿 이너프 딜'에 필요한 내용을 채우는 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비건 대표는 미 행정부 내 대표적인 대화파로 꼽혔다. 그는 지난 1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 측에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추구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주장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정상회담 결렬 후에는 북한에 일괄타결식 '빅딜' 수용을 요구하며 대북압박에 나섰다.
다만 우리 정부는 남북미 정상들의 의지를 토대로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수면 아래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비건 대표의 방한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내신브리핑에서 "기본적인 (비핵화) 접근방법에 있어서 미국 측과 계속 공조를 하면서 향후 (북한과의) 대화전략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비건 대표가 곧 방한을 하게 되는데, 중요한 대화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방한 중 우리 측과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할지도 관심사다. 우리 정부는 대북 인도지원은 대북제재 등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3일 "이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도 공동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세계식량계획(WFP),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북한 작황조사 결과 등 북한 내 식량사정에 대해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2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는 국제사회에 긴급 식량원조 요청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강 장관은 '비건 대표 방한 시 대북 식량지원 문제도 논의되느냐'는 질문에 "북한 관련 여러가지 현안들에 대해서 포괄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지를 남긴 상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월10일 방한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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