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평소에 술을 즐겨하지 않은 아버지의 간암 소식을 접한 김주성(가명)씨는 그날부터 동분서주한 삶을 살게 됐다. 천만다행으로 간 이식 수술을 받으면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에 김씨는 기꺼이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의료비가 문제였다. 수술에 들어가는 검사비, 수술비, 입원비의 본인부담금이 최소 4000만원 이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예금을 해지하고, 누나는 딸 아이의 적금을 깨는 등 형제들끼리 있는 돈 없는 돈을 최대한 끌어 모았다.
무사히 아버지의 수술이 끝난 김씨는 영수증 정산을 하면서 크게 놀라게 됐다. 수술 전 코디네이터의 안내 비용은 최소 4000만원이었는데 총 병원비 합산이 3000만원 가량 나왔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점은 건강공단부담금이 1억원을 훌쩍 넘은 것이다. 김씨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게돼 1000만원을 더 돌려받았다. 즉 의료비는 당초 예상됐던 4000만원의 절반인 2000만원에 해결됐다. 김씨는 "금전적 부담이 너무 컸는데 직접적인 병원비 혜택을 받으니 정말 놀라웠다"며 "문재인 케어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씨 아버지의 수술비용이 예상보다 절반에 그친 데는 보장성 강화대책 영향이다. 먼저 처음에 병원비가 1000만원 덜 나온데는 작년 1월부터 선택진료비가 폐지됐다. 선택진료비는 법에 따라 의료기관이 지정한 선택진료(특진) 의사에게 진료시, 약 15~50%의 비용을 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이다. 즉 환자가 선호하는 특정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을 때 환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이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선택진료 이용 비용 평균 35% 축소 개편한 이후로 단계적 개편을 진행해 왔는데 2018년 1월1일부터는 전면 폐지됐다. 실제 2017년까지는 종합병원에서 간 절제술을 받을 경우, 공단부담금 외에 본인 부담금(28만8142원)과 선택진료비(142만6277원)를 합한 금액인 171만4419원을 병원비로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본인 부담금인 28만8142원만 병원비로 내면 된다.
김씨는 재난적 의료비도 지원받았다. 재난적 의료비는 과도한 병원비로 인해 가정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소득에 비해 과도한 비용이 발생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생활기초법에 따른 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에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4대 중증질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지원됐는데 대상을 소득하위 50%까지 모든 질환으로 확대했다. 또 입원의료비 및 고액 외래의료비(항암·희귀난치질환 등)를 소득분위에 따라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박은영(가명)씨는 난임으로 고생하다 시험관아기를 통해 예쁜 아이를 출산한 산모다. 박씨는 자연임신으로 가진 아이가 유산하는 아픔을 겪은 후 난임시술을 받고 싶었지만 고액의 병원비 때문에 주저했다. 하지만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등 난임시술이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동일한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난임병원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인공수정 2차 실패후 시험관(체외수정)을 결심했다. 비록 주위에서 500만원~1000만원이 든다는 걱정을 했지만 건강보험 적용으로 본인 부담금 30%만 내면 된다는 생각에 시술을 결심한 것이다. 그 결과 감사하게도 첫번째 시술에 임신을 성공했는데 비용은 170만원 정도에 그쳤다.
이어 임신 19주때 조기 진통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또 한번 경제적 위기를 맞았다. 우선 병실 선택 과정에서 박씨는 건보 적용이 안되는 2~3인실을 포기하고 5인실을 선택했다. 다만 정부는 작년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2~3인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종합병원 3인실의 경우 30%, 2인실은 40%, 상급종합병원의 3인실은 40%, 2인실은 50%의 본인부담률이 적용돼 환자의 입원료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36주만에 나온 박씨의 아이는 미숙아로 24일 동안 신생아집중치료를 받아야했다. 하지만 부담은 덜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원래 1600만원인데 47만원만 나온 것이다. 공단관계자는 "미숙아 지원 신청을 하면 3년간 병원 진료시 본인부담금 10%만 내면 된다"며 "정부는 2017년 기준 10~20%였던 아동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을 5%까지 낮춘데 이어 올해부터 1세 미만 영아의 외래 진료 본인 부담률을 21~42%에서 5~20%로 조정해 아동진료비 부담이 확 낮아졌다"고 말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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