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개 논의가 북미회담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성공단이 기존 노동집약 전통산업 중심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도화된 경제협력의 장으로 역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분야는 IT 스타트업 중심의 남북경제협력이다. 남한의 마케팅, 인프라 역량과 북한의 우수 개발자가 어우러져 상호 시너지를 노릴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가 IT 분야 벤처·스타트업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이 현재 상상하고 있는 'e개성공단'의 밑그림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남북 IT 중심의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위한 정기 운영포럼이 조만간 정식 가동된다. IT 스타트업 중심의 남북경제협력은 섬유, 봉제 산업 등 기존 노동집약, 전통적인 교류협력인 개성공단 모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 고도화를 준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를 모은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창업진흥원, 엔젤투자협회, 평양과학기술대,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한국정보과학기술원, 서울창업디딤터 등 민관 단체들은 지난달 '남북 스타트업 활성화 운영포럼'을 구성했다. 남북 스타트업 포럼은 오는 3월 처음으로 만나 향후 운영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5월 첫 세미나가 열리고, 향후 격월로 정기 세미나를 개최한다.
남북 스타트업 포럼은 지난 12월 서울 팁스타운에서 열린 '개성공단을 활용한 남북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이 동력이 됐다. 관계자들은 IT를 중심으로 한 남북 스타트업 경제협력 모델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했고, 이를 구체화하고 발전시킬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포럼 운영에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스타트업 포럼은 서로 다른 남과 북의 법·제도 연구, 스타트업 인력, 자금조달 등 방안 연구 등 폭넓은 이슈가 논의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스타트업 포럼의 한 관계자는 "남북 IT 중심 경제협력을 위한 장을 까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남북 스타트업 포럼이 결성된 배경에는 유무상통(있고 없는 것을 서로 융통함)의 원리가 자리 잡고 있다. 남북 IT 스타트업 교류협력은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게 요지다. 벤처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IT 인력들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IT 쪽은 네이버, 삼성전자 등 소수 대기업 위주로 집중돼 있어 우수한 인력들의 설 자리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북의 고급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면 시너지가 기대된다. 북 또한 최근 김정은 정권 이후 과학기술 육성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서 기존 핵, 군사 중심 경제에서 과학교육사업을 통한 경제 중심으로의 노선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북이 남의 인프라 확충 지원, 투자 유치 등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T를 중심으로 한 남북 스타트업 협력은 남북 경제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줄 것"이라며 "남한의 디자인, 마케팅, 인프라 역량과 북한의 우수 개발자들이 팀을 이룬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 스타트업 포럼에서 논의되는 결과물은 향후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 부서에 제안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팁스타운에서 '개성공단을 활용한 남북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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