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절박한 마음으로 개성공단 폐쇄 3년을 맞았습니다. 제발 좀 입주기업인들 살려주시기 바랍니다."(유남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에스제이테크 대표)
'개성공단 폐쇄 3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부도 위기에 내몰린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절박한 호소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에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을 이해시킬 국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남근 부회장은 "시설 점검을 하고 어떻게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 보기 위해 개성공단 방북을 원하고 있지만 그조차 가로막혀 있다"며 "개성공단이 정상화돼도 떠나간 바이어들을 되돌리는 일, 북한 인력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너무 많다"고 호소했다. 유 회장은 "국회의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3년 동안 절박한 마음으로 버텼는데, 좀 살려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기섭 비대위 공동위원장(개성공단기업협회 제6대 회장)은 "기업인들은 평화번영의 작은 밀알이라는 자긍심이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전용된다는 주홍글씨를 씌워 돈뿐만 아니라 자긍심마저 잃어버린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의 한 사람인 기업인들의 재산권을 지켜주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기업인들도 더는 참지 말고 미국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류제조 업체 녹색섬유의 박용만 대표는 "비교적 큰 기업인 대화연료펌프가 부도로 파산했다"며 "10개 이상의 소규모 기업들은 흔적도 없이 부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3년 동안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로 피해를 본 기업들의 실태조사 모니터링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내 연료펌프 선두기업인 대화연료펌프는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채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기업인들 사이에는 제2, 제3의 부도 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성현상 개성공단 피해대책분과위원장은 "많은 기업들이 부도 직전에 와 있다. 소송을 내지 않으면 기업들은 정말 억울하고 재산권을 잃어버리는 상황"이라며 "25개 기업이 지금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의 일방적 중단으로 피해를 본 입주기업들이 왜 소송까지 제기할 수밖에 없는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개성공단 재개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이뤄졌으며,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광길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개성공단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방안이라는 관점이 중요하다"며 "공단을 통해 북한의 경제 발전이 군사중심 국가에서 종합 국력을 지닌 국가로의 발전에 분명하게 도움을 준다. 국제사회에 개성공단 제재 완화를 꺼내기 전에 우리부터 국회가 초당적 합의로 공단 재개 필요성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개성공단은 북한의 안보 우려를 줄여줘 북한 정권이 핵을 개발하는 동기를 축소시켜 북핵문제 해결에도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기능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홍 실장은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하며 남북 경제협력의 효과도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47년까지 남북경협으로 남한이 얻을 수 있는 경제효과는 170조원인데, 특히 개성공단이 160조원으로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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