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체육계 '미투'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산하 서울시체육회의 성폭력 대비 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미투, 올해 체육계 성폭력 사건 등 이슈가 떠오를 때만 '반짝 시늉'으로 끝나,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서울시의회가 시체육회로부터 제출 받은 '스포츠 성평등위원회 및 심리상담센터' 자료에 따르면 성평등위의 회의 횟수는 2번에 불과했다. 지난해 4월 첫 회의를 연 뒤 9개월만인 지난 10일 두번째 회의를 열었다.
성평등위는 서지현 검사가 지난해 1월말쯤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직후 2월7일 시체육회가 설립한 전문가 위원회다. 성평등 문화 정착과 여성 체육인의 권익 증진을 위해 학계·여성계·법조계·체육계·언론계 등 위원 8명이 활동한다. 기능·목적·방향으로는 △스포츠 성평등 가치 및 문화 확산 사업 △스포츠 성평등 캠페인 사업 △스포츠 성평등 교육 사업 △젠더 폭력 근절 및 예방 사업 △다양하고 공평한 조직 운영 리더십 △여성 대표성 제고 및 참여 활성화 △기타 스포츠 성평등 사업에 필요한 사항 등이 있다.
지난 25일 서울시체육회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시체육회가 전국 체육 단체 중 최초로 설립했다고 선전했던 성평등위는 회의 횟수도 적었을 뿐 아니라,주어진 역할도 다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성평등위 자료에 따르면, 각종 캠페인과 교육, 여성 대표성 제고 등 과업 수행 흔적이 없다. 지난해 활동은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스포츠 심리상담센터를 조성한 정도다. 성평등위 관계자는 설립 당시는 예산 수립 시기가 이미 지나, 교육이나 캠페인을 실시할 가용 예산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스포츠 심리상담센터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시청 선수나 시체육회 산하 체육단체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센터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모두 25회 상담했으며, 성희롱·성폭력 관련 상담은 1건도 없었다. 지도자·상사·동료와의 직장 내 갈등, 지도자 폭언과 불안감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주요 내용이었다. 후속조치는 주로 상담으로 심리적 지원을 하는 정도였다. 게다가 센터 상담사는 1명뿐이고 가용 예산이 부족해 센터 상담 횟수도 1개월에 7회로 제한된 상태였다. 시체육회는 상담비 1회당 25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시체육회는 지난 8일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폭로한 이후에야 부랴부랴 정책 개편에 나선 상태다. 지난 10일 성평등위는 성폭력 피해자를 법률 지원하고,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인사위원회·스포츠공정위원회의 3분의1 이상을 성폭력·성범죄 전문가로 구성하기로 했다. 또 2개월에 1차례 회의 정례화, 정관 수립, 성폭력 대응 매뉴얼 간소화, 교육 및 캠페인 등을 추진하기로 하고 다음달 26일 회의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센터도 확대한다. 학생 선수까지 상담 범위를 늘리기 위해 상담사 인력을 더 증원하고, 피해자를 법적 지원할 예정이다. 성평등위와 센터의 신규 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시체육회 타 예산 조정, 추가경정예산 요구, 예산 외 기금 활용 등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늦게나마 제구실에 나선 모양새지만, 이슈가 떠오를 때만 대응에 나서는 시체육회의 행태를 고쳐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태호 서울시의원은 "이슈가 터지니 시체육회가 (소극적인) 입장을 바꿨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체육계가 바뀌기 원하는 국민의 열망이 있는만큼, 또 다른 '요식행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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