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서지현 검사는 24일 가해자인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전날 1심에서 징역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이번 판결이야말로 검찰을 개혁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법원은 안 전 국장이 서 검사를 성추행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 내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서 검사는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적 은폐와 피해자에 대한 괴롭힘을 검찰이 지속하는 한 미투는 성공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건 당시 겪은 조직적 은폐와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뒤 조직 내 퍼진 음모론, 검찰 수사과정에서 확인한 동료 검사와 수사관의 위증이 모두 2차 가해가 됐다. 서 검사는 “사건 이후 저를 내부에서 욕하는 걸 본 많은 피해자들이 더 입을 열 수 없게 됐다는 게 마음 아프다”면서 “정의롭고 신뢰 받는 검찰로 거듭나길 바라서 이야기한 것이고, 지금도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소심도 당장 준비할 계획이다. 안 전 국장은 전날 판결 직후 불복 의사를 밝혔다. 서 검사의 변호인인 서기호 변호사는 “1심에선 피해자로서 의견진술이 이뤄지지 못했는데, 피해자 의견 진술권을 적극 행사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위증 당사자들에 대해서도 대응할 생각이다. 20여명이 허위진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서 검사는 “지난해 시민단체 고발에도 검찰이 수사 개시도, 고발인 조사도 하지도 않았다”면서 “직접 경찰에 고소하는 방안이나 민사적 대응 등을 의논 중”이라고 했다. 또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는 데 힘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 검사 측은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는 ‘열람복사권’을 꼽고 있다. 재판부에 주요 검사들의 수사기록 복사를 신청하고 허가받아 거짓진술에 대한 반박 진술서를 제출했다. 서 검사는 “진술서가 유죄입증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다른 기록에 대한 열람복사권 등 형사소송법상 피해자권리가 넓게 보장돼 범죄의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서 검사는 “최근 빙상계를 비롯해 체육계 성폭력 사건들이 폭로되고 있는데, 문화·정치·법조 등 모든 분야에서 성범죄가 만연하다”면서 “미투를 외쳤을 땐 피해자를 특별우대 해달라는 게 아니라 그저 ‘성범죄 저지르지 마라, 가해자 제대로 처벌하고 피해자들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게 미투가 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24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태근 전 검사장의 징역 2년 선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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