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넷플릭스 달려오는데 한국은 속수무책
2019-01-25 06:00:00 2019-01-25 06:00:00
"넷플릭스 자본력에는 맞설 수가 없습니다. 돈을 높게 부르면서 좋은 감독, 작가, 배우들을 다 빼가는 데 동등 경쟁이 될까요? 넷플릭스가 세를 계속 불린다면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 놓은 미디어 플랫폼은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만난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넷플릭스에 대해 우려감을 표했다. 국내 방송업계가 지닌 자본력을 고려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경쟁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3년 만에 1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입자를 유치했다.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 3000만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9500~1만4500원의 유료서비스인데도 불구하고 10·20대 이용자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여기에다 한국형 콘텐츠가 대중화될 경우 30대와 40대 이용자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고, 국내 방송시장을 삼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올해 '킹덤'을 시작으로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범인은 바로 너! 시즌 2' 등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확정했다. 한국형 콘텐츠로 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앞서 케이블TV 딜라이브, CJ헬로에 이어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와 협업하며 국내시장에서 세를 불릴 준비도 마쳤다. 
 
넷플릭스가 플랫폼 기반과 콘텐츠 종류를 확대하며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국내 방송시장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전략적 지원을 받기는커녕 국내 사업자들은 당장 규제로 손발이 묶일 위기에 처했다. 다음달 향배가 갈릴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대표적이다. 1위 사업자인 KT가 시장점유율 33%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이 법의 본래 취지는 독점사업자 출현을 막자는 것이지만 규모의 경쟁을 키워야 할 시점에 이같은 규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점이 공교롭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시장을 넓히는 사이 국내 유료방송 업체들은 시장을 33% 이상 확대할 수 없는 역차별 상황에 놓인 셈이다. 자칫 KT뿐만 아니라 유료방송 전체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불필요한 규제는 이제 걷어치워야 한다.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고 있는 이 때, 어떻게 하면 파이를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콘텐츠와 한국 미디어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이제라도 준비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 융합의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미디어 사업자들의 활발한 인수합병(M&A)은 경쟁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거대 글로벌 사업자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종산업간 제휴도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사업자들만 옥죄다간 우리가 만들어 놓은 방송플랫폼에 넷플릭스가 콘텐츠만 얹어 돈을 벌어가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이지은 중기IT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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