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노조와해 공작', 재발방지가 더 중요하다
2018-09-28 06:00:00 2018-09-28 06:00:00
6개월간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공작을 수사해온 검찰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노조 와해공작을 실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27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삼성 노무 담당 임원인 목모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28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조사결과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 인사팀 주도로 노조와해 공작을 총괄 기획했으며, 협력업체를 폐업하고 조합원의 재취업을 막고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각종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공동으로 단체교섭을 지연시키거나 불응하고 조합원의 채무 등 재산관계, 임신 여부까지도 사찰했다.
 
세계 일류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삼성그룹이 노조 설립을 사고로 생각하며 발본색원해야 할 대상으로 삼고, 노조설립을 악성 바이러스 침투로 표현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무노조 경영 덕분에 삼성이 일류기업이 됐다고 옹호하기엔 단계별 와해 방법을 동원한 백화점식노조와해 공작으로 조합원들 2명이 자살에 이르는 등 조합원들이 입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는 막대하다.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권을 직접 침해하는 행위임은 명약관화하다. 이번 수사를 진행한 검찰의 말처럼 은밀하고 집요한 노조 와해로 인해 집단적 노사관계를 통한 생존권 보장이 어려워진 개인이 입는 피해는 부당한 해고 등 외부로 쉽게 드러나는 피해보다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구제가 어렵다. 장기적인 근로조건의 개선 가능성을 원천에서 봉쇄당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노조 와해 공작의 최종 결정권자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이 의장을 지목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의장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게 그린화 전략등 무노조 경영을 위한 노조와해 공작을 보고하거나 지시받았다는 진술과 증거는 수사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어려웠던 점을 자본력이 동원된 강력한 조직의 결속력으로 꼽았다. 다른 삼성 계열사들에서도 노조와해 공작이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검찰이 과연 조직의 결속력을 돌파해 최고위층의 지시 여부 등을 밝힐지가 주목된다.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노조활동을 압박하는 삼성그룹의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헌법 33조에서 보장된 노동삼권에 따라 노조할 권리를 위해 노동자가 모든 걸 걸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
 
홍연 사회부 기자(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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