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아이폰 차기작에 애플 펜슬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본격화되고 있다. 애플 펜슬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S펜과 같은 스타일러스 펜을 말한다. 대화면 아이폰 출시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3.5형(인치) 화면의 아이폰을 고집했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통해 패블릿(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합성어)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대화면을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로 키워냈다. 아이폰이 무성한 소문대로 출시된다면 애플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대신 삼성전자의 흥행 요소를 벤치마킹하게 되는 셈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스마트폰 산업이 성숙하면서 디자인 혁신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경쟁사의 장점을 전략적으로 따라가고 있다.
19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 가을 출시될 애플의 아이폰 가운데 최상위 모델에 옵션으로 애플 펜슬이 지원될 것으로 봤다.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은 대만 매체를 인용해 애플이 대만의 스타일러스 펜 제조업체인 엘란에 차기 아이폰용 스타일러스 펜 공급을 주문했다고도 전했다.
스마트폰에 스타일러스 펜을 적용한 대표적인 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9월 스마트폰에 S펜을 장착한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일본의 스타일러스 펜 전문기업 와콤과 손잡고 S펜을 공동 개발해 손가락 이상의 미세한 표현을 할 수 있는 S펜을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상징적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이후 S펜은 혁신을 거듭했고, 이달 24일 출시되는 갤럭시노트9에서는 S펜이 필기도구와 실시간 번역 도구 등을 넘어서 블루투스를 탑재, 사진을 촬영하거나 프리젠테이션 진행까지 가능해졌다.
스티브 잡스는 손가락이 '최고의 조작 도구'라고 주창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아이폰을 발표하는 무대에서 "누가 스타일러스 펜을 원할까? 터치할 수 있는 세상의 가장 좋은 도구는 누구나 갖고 태어난 손가락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잡스 타계 후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2015년 아이패드용 스타일러스 펜인 애플 펜슬을 출시했고, 이번에는 아이폰까지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만의 독창성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애플은 6형대 대화면 스마트폰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일러스 펜이 적용되는 아이폰 모델의 경우 갤럭시노트9보다 화면이 0.1형 더 큰 6.5형 제품으로 예상된다. 주요 외신들은 아이폰 차기작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적용된 5.8·6.5형의 두가지 버전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탑재된 6.1형이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작인 아이폰X 5.8형과 아이폰8 플러스 5.5형보다도 패널 사이즈가 대폭 커진다.
5.3형 갤럭시노트를 처음 출시하며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던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은 '아이폰은 반드시 한 손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라며 3.5형 화면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애플은 2012년부터 슬그머니 화면을 4형→5.5형→5.8형로 키웠고 결국 삼성전자까지 넘어서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제품 혁신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경쟁사의 장점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만이 혁신의 아이콘이던 시절은 지났다"면서 "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경쟁사 장점을 빌려오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편의 효용을 제공하기 위해 제아무리 애플이라도 별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성장성이 높은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장조사업체 I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 출하된 15억대 스마트폰 가운데 6억1100만대(40%)가 대화면 제품이었으며, 내년에는 이 비중이 50%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2021년에는 대화면 스마트폰이 10억대에 이를 것으로 점쳐졌다. 반대로 5.5형 이하 화면크기 스마트폰은 판매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출시해 치고 올라오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방어해야 한다.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화웨이에 4%포인트 차로 뒤처졌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런 트렌드는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존에는 제조사별로 고유의 특성이 확연했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이 포화로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에게 잘 팔릴만한 장점들을 서로 부지런히 모방하고 있는 추세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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