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수사로 드러난 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이른바 제1금융권 대형 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6곳의 채용비리는 말 그대로 ‘비리 백화점’이었다. 이번 수사에 참여한 검찰 관계자는 “지원자들에 대한 청탁이나 추천은 은행장이나 임직원을 통한 정관계 인사의 청탁이 다수였지만, 지점장이나 중간간부급 직원들에 의한 주요 거래처 자녀 등에 대한 청탁 등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졌다”면서 “채용 청탁이 있는 경우 서류면접은 통과시켜주는 관행이 다수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확인 된 은행들의 채용비리 특징은 ▲인사부서 적극 개입 ▲내부 임직원 자녀 등 청탁 만연 ▲성 차별·학력 차별 채용 ▲채용의 로비 도구화 등이다.
입건자 절반 이상이 인사 담당자
검찰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인사 담당자들은 은행장 등을 비롯한 상급자나 지인, 중요 거래처로부터 채용관련 청탁이 들어오면 별도로 청탁 명단을 작성해 전형단계별로 합격 여부 등을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인을 제외한 입건자 38명 중 26명(68%), 구속자 12명 중 7명(58%)이 전·현직 인사업무 담당자들이다.
채용을 청탁하는 내부자 중에는 전·현직 임원 뿐만 아니라 노조위원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인사담당자들은 취업청탁을 받은 대상자들의 명부를 따로 작성해 서류전형부터 최종면접까지 보증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했다.
학교·성차별 가장 큰 문제
이번 수사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성 차별·학력 차별 채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대형 은행은,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사전에 남녀 채용비율을 정해 놓고 여성지원자의 점수는 낮추고, 남성지원자의 점수는 올려 합격자를 조작하거나, 소위 상위권 대학 출신 선발을 위해 합격대상인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은행들은 도금고 또는 시금고의 유치를 위해 정·관계 인사 자녀의 채용을 로비의 도구로 이용하고, 정관계 인사들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빌미로 자신의 자녀의 불합격을 통보받고도 합격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간부, 딸 면접 들어가 '만점'
사례별 유형을 살펴보면,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성적을 조작하는 것은 약과였다. 부산은행은 기관금고 유치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 지원자의 점수를 단계별로 조작하고 그래도 컷트라인에 미치지 못하자 합격인원을 증원했다. 면접에서는 사전 공지가 없었던 영어면접을 추가해 결국 특정지원자를 합격시켰다. 광주은행에서는 현직 은행간부가 소속 은행에 지원한 자기 딸 면접에 직접 들어가 만점을 줘 채용했다.
지방은행의 경우 부족한 기관 금고 유치가 부정채용의 주요목적이었지만, 중앙의 대형은행들은 외부 청탁이나 남녀 차별정책에 따른 채용비리가 압도적이었다.
현직 은행장이 기소된 하나은행은 은행장이 관심을 두고 있는 청탁대상자는 일반 청탁대상자와 따로 리스트를 유지했으며, 시험전형 상황을 수시로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불합격자가 합격되는 사례도 적발됐다.
은행장이 합격자 바꿔
청탁 대상자의 합격을 위해 필기전형이나 실무면접에서 애초에 계획에 없어 공고되지도 않았던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별도로 신설해 각 경쟁그룹 중 하위권으로 480명 중 456위, 344명 중 341위 등 불합격 대상이던 2명을 최종 합격시키기도 했다. 또 2013년 신입 행원 채용과 관련해 실무면접에서 합격권 점수를 받은 특정대 출신 지원자 6명을 탈락시키고, 불합격권에 있던 특정대 출신 지원자 6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2016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출신대에 따라 11명의 합격자가 뒤바뀌었다.
국민은행은 2015년 공채 당시 서류전형 결과 여성합격자가 많이 합격하자, 남성지원자 113명 등급점수 올려주고 합격시켰다. 그 대가로 여성지원자 112명이 등급 낮게 받아 불합격됐다. 국민은행 측의 점수 조작에 따른 것이다.
전 국정원 간부 딸 두번 입사
또 국민은행 채용팀장은 부행장 부탁이 없었는데도 평소 이름을 알고 있던 부행장의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의 여성 지원자를 부행장 자녀로 착각해 논술점수 조작으로 합격시켰다가 부행장의 자녀가 남성으로 현재 군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면접 단계에서 해당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킨 사례가 적발됐다.
우리은행은 성적 조작 등으로 전직 국정원 간부 딸을 합격시켜 채용했으나, 대학 졸업을 못해 채용이 취소될 상황에 놓이자 사직시킨 뒤 졸업 후에 다시 성적을 조작해 채용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