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파라자일렌 자급률 100%에 한발 더 다가섰다. 파라자일렌은 원유 정제설비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만드는 석유화학제품으로, 폴리에스터 섬유와 페트(PET) 수지, PET필름 등의 기초원료로 쓰인다. 파라자일렌은 그간 국내 정유·유화업계에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혔다. 특히 고유가 시기 정제마진 악화로 고전했던 정유업계는 파라자일렌을 대안 사업으로 지목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적 효자'라는 수식어도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중국이 경제성장에 힘입어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의 수요가 늘자 자체적으로 파라자일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원유 정제설비를 짓고, 여기서 나오는 나프타로 직접 파라자일렌을 만들어 쓰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을 총 1100만t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의 파라자일렌 수입물량이 1400만t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심지어 내년에 1770만t 규모의 생산능력이 더해져 100% 자급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의 파라자일렌 자급률 상승으로 한국산 수입은 올해 514만t, 내년에는 7만t으로 한 자릿수로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중 수출물량 비중이 91%에 이르는 국내 기업들이 적어도 1~2년 안에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진다.
중국의 자급률 100% 달성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업계는 외면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신·증설과 관련해 "최근 수년간 중국이 자급률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매년 계획대로 신·증설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파라자일렌 공장 신·증설은 공장 폭발 사고와 설비 투자 지연으로 그간 속도가 늦춰진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정책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파라자일렌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민영기업의 정제분야 진입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민간 석유화학 기업들이 원료 자급과 수익성 개선을 제고할 목적으로 파라자일렌 분야 진출에 속도를 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시장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석유화학 호황의 단물에 취해 있기엔 남은 시간이 빠듯하다. 지금이 바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 위기이자, 기회다. 그 시작은 냉철한 현실 판단이다.
양지윤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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