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이동통신 3사의 표정이 좋질 않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시작으로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 도입되는 회계기준 역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5G 주파수 경매 등 대규모의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곳간은 말라만 간다.
KT는 오는 3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이통 3사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통 3사의 1분기 예상 매출은 13조5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날 전망이지만, 같은 기간 예상 영업이익은 1조122억원으로 1.3% 줄었다. 당초 예상보다는 선전했다는 평가지만 수년간 이어지는 정체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시장에서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 등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이통사 수익성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이 기존 20%에서 25%로 상향되고, 재약정에 따른 위약금도 유예되면서 25% 약정할인 가입자는 빠르게 늘었다. 보편요금제 도입 등 정부의 통신비 절감 정책 기조가 계속되면서 이통사들은 자발적인 요금제 개편에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각 사, 에프앤가이드
더구나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5는 이통사들의 실적 부진을 부채질할 것이란 분석이다. IFRS15는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준을 일원화하기 위해 올해 1월1일부터 전면 도입됐다. 이통사들은 이에 따라 1분기부터 매출과 마케팅비용의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지금까지 가입자와 계약을 체결하면 수익이 일시에 반영됐지만, 앞으로는 계약기간에 따라 분산 반영된다. 전체 수익은 같지만 단기적으로는 손익 계산에서 불리해지는 셈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IFRS15 도입이 이통사 매출과 영업이익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기존 회계기준을 적용할 때보다 영업이익이 약 10%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체별로 보면 SK텔레콤과 KT의 부진이 눈에 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1분기 예상 매출은 4조32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지만, 영업이익은 4053억원으로 1.3% 감소할 전망이다. KT는 실적 감소폭이 더 클 전망이다. KT의 1분기 예상 매출은 5조7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늘지만, 영업이익은 3935억원으로 5.6%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황창규 KT 회장의 치적 중 하나가 실적 개선이어서, 그를 지탱했던 실적마저 하락 반전할 경우 그의 거취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42억원, 2134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5.2% 증가한 수치다.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IP)TV 시장에서 성장세가 뚜렷하고 고가요금제 가입자 유치에도 성공적이란 평가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는 고가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요금 인하 효과를 잘 방어했고, 유선 및 미디어 부문도 실적 개선에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
이통 3사는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와 함께, 6월 5G 주파수 경매 후 본격적인 투자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5G 주파수 경매 최저가가 3조3000억원에 달하는 등 향후 5G 투자비용이 막대한 상황에서 시장 환경까지 우호적이지 않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적 개선을 이룬다고 해도, 이를 논거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며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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