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개래법 개정안이 한층 더 깐깐해진 내용으로 대기업집단을 압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개정안의 주요 특징은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피하기 위해 총수의 친족이 운영하는 회사를 계열사에서 빼는 '꼼수 분리'를 방지하도록 친족분리 요건을 더욱 강화하는 반면, 임원이 독립경영하는 회사는 기업집단에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임원독립경영 인정제도'를 도입했다.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는 엄중하게 견제하는 대신, 임원들의 독립경영은 지원한다는 게 사정당국의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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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두 가지의 주요 특징을 담고 있다. 우선 친족분리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는 점이다. 친족분리는 대기업집단 총수의 6촌 이내 친족이나 4촌 이내 인척이 운영하는 계열사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에서 분리하는 제도다. 친족분리가 이뤄지면 계열회사에서 제외돼 계열회사 간에 적용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도 벗어난다. 기존에 있던 상호 거래의존도 50% 미만 조항은 이미 1999년에 폐지됐다. 따라서 현행 친족분리 요건으로는 부당내부거래 가능성이 높은 회사도 친족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친족분리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면탈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공정위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3년간 친족분리된 27개사 중 8개 회사가 모집단 주력회사와의 상품·용역 거래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개정안은 친족분리된 회사가 계열제외일 전후 각 3년간의 거래에 대해 부당지원행위, 사익편취행위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조치를 받는 경우, 계열제외일로부터 5년 이내에 제외결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요건을 추가했다. 이를 위해 대기업집단 소속회사가 친족분리를 신청할 때 최근 3년간 모기업과의 상세 거래내역을 공정위에 제출하고, 친족분리 이후에도 3년간 매년 모기업과의 거래내역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만약 친족분리된 회사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친족분리를 취소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같은 개정안으로 계열분리제도를 악용한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가 실효성 있게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주요 특징은 임원독립경영 인정제도의 도입이다. 지금까지는 현재 소속 회사의 임원이 30% 이상 최다 출자자인 회사는 총수의 영향력과 상관없이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같은 규정은 특정 기업을 소유·경영하던 사람이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사외이사 등 임원이 될 경우, 그의 회사도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자동 편입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개정안은 기업집단 소속 임원이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는 ▲임원이 동일인(총수) 관련자가 되기 이전부터 소유·지배한 회사 ▲임원측과 동일인측 간 출자관계가 없을 것 ▲임원측 계열사와 동일인측 계열사 간 임원 겸임·채무보증·자금대차가 없을 것 ▲임원측 계열사와 동일인측 계열사간 상호매입·매출관련 의존도 50% 미만 등의 일정 요건을 갖추면 기업집단의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교수나 전직관료 위주의 사외이사 선임에서 벗어나 전문적 경험과 역량을 갖춘 기업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외이사 제도가 실질화되고 기업경영의 전문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조만간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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