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등 일본계 사외이사의 입성이 이변 없이 승인된 데다 지배구조규범 개정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이사회 참석이 제약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22일 신한금융지주는 서울 세종대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제17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와 이사선임, 이사보수 한도 등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22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이날 신한금융은 박병대 성균관대 교수와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 최경록 전 게이오대학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Information Technology)센터 연구원 등 3명을 신임 사외이사로 결정했다.
임기가 만료된 박철 전 한은 부총재와 이만우 고려대 교수, 이성량 동국대 교수, 히라카와 유키 프리메르코리아 대표, 필립 에이브릴 BNP 파리바 증권 일본 CEO 5명은 유임됐다. 지난해 선임된 박안순 일본 대성그룹 회장과 주재성 전 금감원 부원장 등 2명은 임기가 2019년 3월까지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 사외이사 내 재일교포주주 및 일본계 CEO는 박안순 일본 대성그룹 회장과 김화남, 최경록 신임 사외이사, 히라카와 유키 등 4명이 포진해 있다.
전체 사외이사 10명 중 의사 결정권 절반 가까이가 재일교포에서 나오는 셈이다.
이는 금융당국에서 다양성과 전문성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와 배치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한 결과 사외이사 선임 원칙이 없고, 재일교포 주주 추천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미흡하다며 경영유의 2건과 1건의 개선사항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재일교포의 비중이 높아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기업지배구조 자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또한 “재일교포주주들 일부가 통일된 의사결정을 해왔다”면서 “동질적인 집단에서 다수의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독립성 문제가 있다”며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날 주총 현장에서는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재추천된 사외이사 후보의 경우 그동안 사외이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며 “새롭게 추천된 김화남 후보는 법인 등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재일동포 기업가고, 최경록 후보 또한 정보기술 전문가로 폭넓은 경험과 지식이 신한금융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일본계 사외이사의 입김은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지주 회장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제외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은행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현직 회장이 회추위와 사추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한 만큼 조 회장이 소위원회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사회 주도권은 일본계 사외이사의 손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룹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권력의 균형이 깨어질 소지가 있는 셈이다.
재일교포 측 사외이사는 낙하산 인사 등 외풍을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약 17%로 추산되는 재일교포 주주의 합산 지분율을 고려하면, 보유 지분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신한금융은 사외이사진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이날 “신한금융은 지난해 조직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실시한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서 S등급을 받는 등 지배구조의 모범을 보여줬다”면서 “사외이사 또한 투명하고 안정적인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재일교포 주주가 주도로 설립된 만큼 특수성이 있다”면서 “국외에 거주하는 사외이사 후보자의 경우 추가적인 평판 조회뿐 아니라 재직법인 신용조회 절차 등을 추가하는 등 전문성 검증에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