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쇄 못하면 죽어라"…학살당한 위안부 영상 최초 공개
미·중 연합군 촬영…총살 적시한 문서 자료도 남아있어
2018-02-27 11:15:00 2018-02-27 11:15: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일본군이 패전 와중에 조선인 위안부를 학살했음을 보여주는 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
 
서울시는 3·1절 99주년을 기념해 27일 개최한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컨퍼런스'에서 영상 자료 1점, 사진 자료 2점, 문서 14점을 공개했다.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교수연구팀(서울대연구팀)이 공동 발굴한 자료들이다.
 
1944년 9월15일 미·중 연합군(Y군)이 촬영한 영상은 19초 분량으로, 중국 운남성 등충에서 조선인 위안부가 학살된 후 버려진 모습을 담았다. 주변에는 시신을 매장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군 병사 두세명의 모습도 보인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학살했다는 증언과 기사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조선인을 포함해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Y군은 1944년 6월부터 중국과 버마 국경 지대에 있는 중국 운남성 송산과 등충을 공격한 끝에 9월7일에는 송산을, 14일엔 등충을 함락한 바 있다. 패전이 임박한 1944년 9월 중국 송산과 등충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에게 당시 일본 작전참모였던 츠지 마사노부 대좌는 “지원병력이 도착하는 10월까지 계속 저항하라”는 사실상 집단자결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거부했던 조선인 위안부들은 일부 민간인들과 함께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위안부 숫자는 송산 24명, 등충 최소 30명으로 알려져 있다. 생존자는 송산 6명, 등충 13명이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미군 문서도 일본군의 학살 사실을 적시했다. Y군 제54군이 1944년 9월14일 오후 6시55분에 보고한 정보 문서를 보면, 등충 함락 직전인 "13일 밤 일본군은 성 안에 있는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고 적혀있다.
 
서울시는 올해도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 사업을 추진한다. 국내·외 발굴조사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기록물로 관리해 역사 자료로 활용하고, 위안부 연구와 외교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려는 취지다. 지난해에는 조선인 위안부를 실제로 촬영한 흑백 영상을 세계 최초로 발굴·공개하고, 그동안 증언으로만 전해졌던 남태평양 트럭섬의 조선인 위안부 26명의 존재를 최초로 확인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발굴한 문서·증언·사진·영상 자료는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 콘텐츠 제작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3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과 사료를 교차 분석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사례집을 시리즈로 출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나라를 잃고 힘이 없는 조국에서 여성·소녀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우리는 직시하고 있다”며 “불행한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만큼 앞으로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 세우는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1944년 9월15일 중국 운남성 등충에서 살해된 채 버려진 조선인 위안부들과 중국군 병사 모습. 위는 사진, 아래는 영상 자료. 사진/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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