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희귀의약품 시장이 제약업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며 나날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적은 환자수와 질병 정복의 높은 난이도에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독점적 지위를 점할 수 있는데다 약값 역시 비싸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7일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지난 2012년 91조2000억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6년 124조8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오는 2022년에는 226조8000억원의 시장 규모가 예상된다. 2017~2022년 연평균 11.1%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전체 처방약 시장 성장률 전망치 5.8%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국은 정부가 나서 환자 수가 20만명 이하인 희귀의약물 개발 시 7년의 독점발매권을 비롯한 임상시험 비용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 중이다. 국내 역시 지난 2016년 12월 '희귀질환관리법'을 시행해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한 등록체계 구축, 전문기관 및 인력양성, 환자지원 확대, 연구개발 지원 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내 희귀의약품은 지난 2014년 이전까진 연간 26종에서 28종이 허가 받는데 그쳤지만, 2015년 49건으로 크게 증가한 뒤 2016년에도 34건의 신규 허가를 승인했다. 국산 희귀의약품 생산실적 역시 지난 2012년 105억원에서 ▲2013년 217억원 ▲2014년 314억원 ▲2015년 491억원 ▲2016년 476억원으로 전반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희귀의약품으로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는
녹십자(006280)다. 지난 2012년 개발에 성공해 연간 2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신라젠(215600)의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 은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미 미국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마친 상태다.
바이로메드(084990) 루게릭병 치료제 'VM202-ALS' 역시 미국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며,
한독(002390)과
제넥신(095700)은 공동 개발한 성장호르몬 치료제 'GX-H9'의 성인 임상 2상을 지난해 마치고, 다음달 소아 대상 임상 2상 결과를 대기 중에 있다.
이밖에
한미약품(128940)이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로 개발중인 '랩스 글로카곤 아날로그(HM15136)'도 지난 1일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위를 인정받았다. 상반기 중 1상 임상에 돌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의약품은 개발 자체는 어려운 편이지만 일반의약품에 비해 개발시 독점력도 강해 성공만 하면 수익성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며 "특히 해외시장에서 제약사 브랜드 파워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형사 뿐만 아니라 중소제약사에도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약 7000종의 희귀질환이 존재한다. 국내에는 2000여종, 50만명의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전체 질병의 5.7% 수준인 400여종에 불과하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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