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유병력자 대상 실손의료보험 출시로 실손보험료 등에 대한 구조적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두 정책이 실손보험의 손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당장 올해부터 보험료율과 자기부담비율 등이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는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실손보험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분석이 진행 중인 만큼, 우선은 그 결과부터 보잔 입장이다. 유병력자 실손보험도 ‘일반 실손보험료 플러스 알파(α)’로 보험료가 결정되는 구조라, KDI 분석 결과에 따라 적정 보험료 수준이 산출돼야 구체적인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선 업계에서도, 학계에서도 이견이 적다. 가구당 의료비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가구소득 대비 보험료 비중이 큰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실손보험료 인하부터 언급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110%를 넘는 적자 상품이 된 지 오래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손보업계가 얻게 될 반사이익의 실체도 불분명하다. 이런 상황에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반사이익을 이유로 미리 보험료를 인하하게 되면 실손보험의 적자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손보업계의 손해를 감수한 실손보험료 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익이 아니다. 영리법인인 보험사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면 다른 상품의 손해율을 낮춰 이익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 이는 풍선효과처럼 암보험 등 다른 보험의 보험료 인상이나 새로 출시될 상품의 보장성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손해율이 높은 상품은 보험설계사에 지급되는 판매수수료도 적다. 보험설계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기피하거나, 실손보험을 다른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미끼상품 정도로 취급할 가능성이 있다.
건강보험의 보완재로서 실손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고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실손보험의 만성적 적자 구조부터 해소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과잉진료 및 보험사기 근절에 앞장서고, 급여 사각지대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실손보험료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다. 또는 보험사가 보험료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장성을 확대할 여력이 생긴다. 부작용이 따르는 강제적 보험료 조정보단 업계가 스스로 보험료를 낮출 수 있도록 불필요한 비용들을 제거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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