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는 남재준·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5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남·이 전 원장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보답과 향후 임기와 인사, 예산 편성 등 국정원장으로서의 직무수행, 국정원의 현안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받을 것을 기대하면서 특수활동비 일부를 빼내 뇌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공모해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총 12회에 걸쳐 특수활동비로 편성된 국정원 자금 6억원을 국정원의 직무와 무관하게 임의로 인출·사용해 국고를 손실하고, 이 전 실장과 공모해 박 전 대통령 등에게 6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다.
또 남 전 원장은 이 전 실장과 공모해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의 자회사 경안흥업에 물류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톤당 10달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 상당을 지원하도록 "VIP 관심 사안이다"란 취지로 김용환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을 압박하는 등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강요 혐의도 적용됐다.
이 전 원장도 박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특수활동비로 편성된 국정원 자금 8억원을 임의로 인출·사용해 국고를 손실하고, 이 전 실장과 공모해 박 전 대통령 등에게 8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다. 이 전 원장은 기존에 청와대로 전달하던 5000만원에서 2배로 증액해 매월 1억원을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불구속수사 중인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한 일부 범죄사실은 추후 관련자와 함께 처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최경환 의원에 대해 이날 피의자로 출석을 통보했다.
최 의원은 애초 예정됐던 이날 오전 10시 불출석 의사를 전하면서 "당 원내지도부가 오늘 11시 국회 본회의에서 2018년 예산안과 부수 법안에 대한 표결이 있을 예정이니 반드시 참석해 표결한 후 검찰에 출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당의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며 "당 원내지도부도 검찰에 이와 같은 요청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저는 본회의 표결 종료 즉시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받은 뇌물의 용처와 관련해 최순실씨에게 오는 6일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한 차례 출석에 불응한 최씨를 지난달 27일 소환할 방침이었지만, 앞서 25일 딸 정유라씨 자택에서 발생한 흉기 피습 사건을 고려해 조사를 연기했다. 검찰은 최씨 등 관련자를 조사한 이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조사 일정과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재준(왼쪽부터), 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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