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대웅제약(069620)이 도입 당뇨신약 두개를 들고 고민에 빠졌다. 글로벌 제약사와 당뇨신약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나 기존 간판제품과 보험급여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 2014년 한국아스텔라스와 SGLT-2 계열 당뇨신약 '슈글렛'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일본 본사 아스텔라스와 직접 라이선스-인(기술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에는 한국법인인 한국아스텔라스가 본사에서 완제품을 수입해 대웅제약과 공동판매하는 방식이었다. 대웅제약이 아스텔라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으면 국내 제조·생산이 가능하다. 국내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해서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론 공동판매보다 이익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슈글렛의 보험급여 기준이 한정적이어서 계약 추진이 난항에 빠진 상황이다.
LG화학(051910)으로부터 도입한 '제미글로'와 경쟁구도이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2016년 LG화학과 DPP-4계열 '제미글로'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2012년 자체개발 제미글로를 출시했다. 2015년에는 270억원에 그쳤으나 당뇨 시장 강자인 대웅제약의 지원 아래 매출이 크게 늘었다. 2016년에는 56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8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당뇨치료제는 환자 상태에 따라 각각 약효와 부작용이 다르다. 혈당 조절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른 계열 치료제를 병용 사용한다. 당뇨치료제는 메트포르민, DPP-4, 치아졸리딘(TZD), 설포닐우레아(SU) 등 다양한 계열 약물이 있다. SGLT-2는 2014년 가장 뒤늦게 나온 당뇨치료제다.
대웅제약은 장기적으로 슈글렛과 제미글로가 급여 병용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두 약을 동시에 판매해 당뇨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아스텔라스와 기술이전 추진도 장기적으로 슈글렛을 육성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슈글렛은 지난해 17억원에 그쳤다.
지난 10월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 급여조정위원회는 슈글렛과 제미글로를 병용 처방하면 급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경제성(건보재정)이 떨어지고 병용 임상 데이터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슈글렛과 제미글로를 동시에 처방받으려면 둘중 1개 제품의 약제비를 100%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슈글렛 1년 약제비 약 25만원을 비급여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약제 급여조정위원회가 DPP-4(제미글로)와 SGLT-2(슈글렛) 병용 시 급여 열어주는 쪽으로 기대했다"며 "예상과 다른 결정이 나오자 아스텔라스와 기술이전도 선뜻 결정을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경구용 당뇨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DPP-4 시장이 약 4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메트포르민이 800억원, 설포닐우레아 약 650억원 순이다. 초기 시장인 SGLT-2은 3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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