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해충방역업체 세스코의 노동조합이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조파괴를 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파괴로 악명을 떨쳤던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 협조 의혹을 받던 인사를 영입하고, 전사적으로 노조활동을 감시·방해해 왔다는 것이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전찬혁 세스코 사장을 고소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30일 세스코 노조 등에 따르면 사측은 최근 노무사 및 노조 대응 경험이 있는 노무 전문가를 모집한다는 경력사원 채용공고를 잇따라 내고 있다. 앞서 사측은 세스코 노조가 설린된 후 '인사 1실'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인사1실의 구성원은 노무사 2명을 포함해 모두 노무관련 경험자로 채워졌다. 또한 사측은 노조 대응을 위해 한 노무법인과 계약을 맺고 9명의 노무사를 고용했다.
특히 세스코는 지난 8월 인사1실에 노조파괴로 악명을 떨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 협조 의혹을 받던 윤모씨를 합류시켰다. 차장 직급으로 채용된 윤씨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인사 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 윤씨와 함께 근무했던 골든브릿지 노조 관계자는 "2011년 회사가 창조컨설팅에 노조 파괴를 의뢰했다"며 "당시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윤씨가 창조컨설팅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윤씨가 노조의 모든 활동을 불법으로 촬영·녹취하는 것은 기본이고, 핵심 노조원들과 개별 접촉해 회유하고 겁박하는 수법으로 노조 파괴에 앞장섰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윤씨는 지난 8월 세스코 본사 앞에서 진행된 집회를 몰래 촬영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부적으로도 전국 80여개 지사에 공문을 보내 지사장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노조 활동을 감시토록 했다. 매주 각 지사에 노조 신규 가입자 및 노조 활동 내용 등을 파악해 리포트를 작성하고 이를 보고토록 했다.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건을 지난달 공개했다.
노조는 지난 5월 전찬혁 세스코 사장을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상태다. 이어 노조는 지난달 회사와 관련 임직원 5명에 대해서도 비슷한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아울러 노조는 지난 27일 실시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율 93%로 쟁의 찬성을 가결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에 무대응 전략을 통해 고의로 파업을 유도하고, 이를 불법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것이 전형적인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수법"이라며 "사측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창조컨설팅 관련자를 영입한 것은 노조탄압을 넘어서 파괴까지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문이 드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스코 관계자는 "윤씨가 인사1실에 입사했던 것은 맞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퇴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가 회사 측의 교섭 해태와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고용노동부에 회사를 상대로 고소한 상황"이라며 "회사는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충실히 임할 것이며, 조사를 통해 이러한 오해가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25일 세스코 노동조합이 서울 본사 앞에서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세스코 노조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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