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수출 상승세가 한풀 꺾일 조짐이다. 4분기 수출경기는 전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관측됐다. 추락은 면했지만 상승세가 크게 저하되는 모습이다. 특히 무선통신기기 및 부품과 가전이 악화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간 수출을 주도해온 반도체도 크게 후퇴한다. 이들 제품은 통상 4분기가 계절적 성수기임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전망치다.
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국내 801개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EBSI) 조사’에 따르면, 4분기 EBSI는 100.3을 기록, 전분기와 비슷한 보합세가 예상됐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출 여건이 전분기 수준으로 기대되면 100, 전분기에 비해 개선(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100보다 큰(작은) 값을 가진다. 3분기 EBSI가 116.6을 나타낸 것에 비해 4분기의 지수 낙폭이 크다.
품목별로는 의료·정밀 및 광학기기(138.3), 생활용품(124.5), 기계류(121.4), 농수산물(119.1) 등의 수출경기가 3분기 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정밀 및 광학기기의 경우 글로벌 고령화 및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 증가로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기계류는 미국·EU 등의 설비·건설투자 확대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생산설비 투자 확대 등으로 수출 여건이 다소 나아질 전망이다.
반면, 가전제품(75.2)은 해외생산 및 부품 현지조달 확대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출전선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기전자제품(99.1), 무선통신기기 및 부품(88.6) 등도 전망이 어둡다. 특히 수출실적을 주도해온 반도체가 3분기 148.8에서 4분기 99.9로 크게 낮아져 슈퍼호황이 끝자락에 달했음을 시사했다.
수출기업들은 4분기 수출 애로요인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16.1%), 바이어의 가격인하 요구(14.3%) 등을 꼽았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응답률은 전분기 대비 2.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되면서 원화환율 변동성 확대(-2.6%포인트)에 대한 우려는 누그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수출시장은 상품무역 비중 축소, 중국의 자체조달 증가 및 가공무역 축소 등 구조적 변화로 저성장세가 굳어졌다. 한중 관계 경색 등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우려되는 요인이다. 김건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세계 경제가 개선되고 반도체가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함에 따라 수출 호조는 이어지고 있으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지속과 최근 미국 연준의 자산축소 결정 등은 우리 수출의 상승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