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정책 금융기관 수장들이 교체됐다. 정책 금융에 의존해 구조조정 중인 조선·해운업계는 이들이 해당 산업 전반에 가져올 변화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 행장도 같은 날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막혔다.
조선·해운업계는 정부가 정책 금융기관 수장들을 전격 교체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자리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1년 뒤 죽을 기업을 끌고 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은성수(왼쪽) 한국수출입은행 행장과 이동걸(오른쪽) KDB산업은행 행장. 사진/뉴시스
조선업계는 이 회장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정부 금융당국은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다. STX조선해양도 4조원가량이 투입돼 경영정상화를 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나 STX조선 등이 유동성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이었기 때문"이라며 "신임 이 회장이 구조조정을 강조한 만큼 이들 기업은 경영정상화 성과에 따라 생존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상선에 주목하고 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2분기 경영실적 간담회에서 "2022년까지 100만TEU 규모로 선대를 키우기 위해 선박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자금이 필요한데, 결국 산업은행의 지원을 기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중론이다. 일각에선 정책 금융의 지원이 특정 기업에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은 신임 수출입은행장의 어깨도 무겁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성동조선해양의 정상화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선업계가 수주불황에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구조조정의 목소리는 크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일자리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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