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스마트폰에 바퀴를 달아보자는 생각에서 G4렉스턴 연구"
김선경 쌍용차 전장연구개발담당 상무 "고객이 원하는 차가 가장 이상적인 차"
G4렉스턴 무선와이파이미러링·선택형 턴시그널, 전장테크쇼 연구 결과물
2017-09-12 06:00:00 2017-09-12 06: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전세계 완성차업체들은 '더 똑똑한 차'를 개발하기 위해 자동차에 첨단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중심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렸해졌다. 이에 따라 '똑똑한 차'의 기반이 되는 자동차 전장시스템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오는 2022년에는 자동차 전장시스템이 4.5%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쌍용자동차는 이 같은 흐름에 맞춰 42개월만에 탄생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4렉스턴에 쌍용차의 전장시스템 기술을 모두 집약했다. 똑똑한 SUV를 만들기 위해 단순히 차에 스마트한 시스템을 적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바퀴를 달아보자'는 발상으로 시작했다. G4렉스턴은 물론 코란도 패밀리부터 30년 넘게 15개 차종의 전장시스템 개발에 참여해온 김선경 쌍용차(003620) 전장연구개발담당 상무를 만나 쌍용차와 자동차의 전장시스템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1986년 쌍용차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김선경 상무는 올해로 31년째 쌍용차에 몸담고 있는 쌍용맨이다. 쌍용차의 61년 역사의 절반을 함께 해온 그는 입사 당시의 코란도부터 올해 출시된 G4렉스턴까지 총 15개 차종의 전기장치 개발을 담당, 선행연구부터 시험, 품질관리의 총괄을 맡고 있다.
 
'전장'이라는 말은 '전기 장치'의 줄임말이지만 자동차 전장시스템의 범위는 다소 추상적이다. 김 상무는 "차량의 전장 시스템은 헤드라이트와 같은 램프류부터 실내의 클러스터처럼 전기가 흘러야 작동이 되는 시스템, 엔진의 시동을 걸고 끄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차 내부의 배선 설계 등을 모두 포함한다"며 "눈에 보이는 멀티미디어 외에도 자동차 전장시스템에 포함되는 범위는 매우 넓다"고 설명했다.
 
김선경 쌍용차 전장연구개발담당 상무. 사진/쌍용차
 
2만여개가 넘는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는 개발부터 출시까지 오랜 시간과 기술을 투자해야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 차량의 전장시스템은 신차의 포괄적인 상품구성 방향이 정해지면 (전장시스템측에서) 이에 맞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등의 사양을 제안한 뒤 투자비 등을 고려해 프로젝트 승인을 받고 세부적인 설계에 들어간다.
 
"G4렉스턴의 콘셉트는 '프리미엄SUV'로 상품구상이 됐기 때문에 이에 맞춰 수입차를 벤치마킹했다. 또 자동차의 추세가 전자제품과 연결이 되고 커넥티드화되고 있는만큼 '자동차에도 스마트한 환경을 옮겨오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다."
 
김 상무는 '아이폰에 바퀴를 달아보자'라는 생각에서 G4렉스턴의 전장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편리하고 스마트한 자동차전장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라 더욱 돋보인다.
 
"자동차에 스마트폰을 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역발상으로 '바퀴달린 스마트폰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이에 맞춰 스마트폰 환경을 자동차에 적용해 디스플레이 화면은 선명하고 큰 것이 좋겠다. 화면 조작도 터치가 돼야하고 고객의 선택성을 높여야 한다 등으로 구체화했다."
 
이 같은 역발상의 결과물로 G4렉스턴에는 국내 SUV중 가장 큰 9.2인치 HD스크린과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미러링 서비스가 탑재됐다. 또 국내 최초로 모바일 기기의 모든 앱을 양방향으로 즐길 수 있으며 스크린의 5:5 화면 분할로 차 안에서도 다양한 콘텐츠의 활용이 가능하다. 운전자에게 사인을 보내는 각종 경고음과 신호음은 각각 5가지로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전장시스템의 개발을 위한 연구원들의 노력은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연구원들은 모터쇼와 CES, 각종 컨퍼런스 등을 방문해 트렌드를 읽고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워크샵을 진행한다.
 
김 상무는 아이디어 하나를 채택하는 과정도 심혈을 기울인다고 설명한다. 
 
"연구원들은 인재개발원에서 회의를 통해 개별 아이디어를 발표해 공유하고 피드백을 한다. 이렇게 각 팀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은 연말에 전장담당 인원이 모두 모이는 '전장테크쇼'자리에서 발표되고 선호도를 조사해 몇 개의 아이디어를 채택한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향후 몇 년 뒤 적용을 목표로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2년 혹은 3년 뒤 적절한 시점에 차량에 적용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매해 100여명의 쌍용차 전장분야 직원들이  모인 테크쇼 자리에서 신기술을 발표하기도 하고 1년간 활동을 발표하면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우수 직원에 대한 시상도 진행한다.
 
현재 G4렉스턴에 적용된 '무선 와이파이 미러링'도 전장테크쇼를 통해서 개발된 기술이다. 핸드폰 환경을 차량 디스플레이에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적용돼 와이어 없이 편리하게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다. 고객의 선택성을 높이는 5가지의 턴시그널 또한 전장테크쇼에서 나온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인포테인먼트'에 더욱 공을 들이는 추세다. 차의 이동기능 외에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정보제공서비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향후 5년 내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전장부품의 가격은 68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전장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상무는 "티볼리의 경우 전장품의 가격이 160만원 정도이고 G4렉스턴은 두 배인 320만원에 달한다"며 "전기차는 3분의 2가 전장이고,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에는 추가로 들어가는 부품이 더 많아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경 쌍용차 전장연구개발담당 상무가 티볼리의 전기차 콘셉트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쌍용차
 
쌍용차에서만 31년을 근무한 그는 회사가 워크아웃을 겪고 다시 경영정상화를 위해 달려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쌍용차 역사의 산증인이다. 쌍용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김 상무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3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는 '무쏘'가 처음 출시됐을 때였다. 당시 SUV는 각진 박스 스타일이 대세였는데 유선형 디자인의 무쏘는 매우 드문 스타일이었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네비게이션까지 적용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번째는 '체어맨'이 개발됐을 당시다. 다른 완성차업체에 비해서 규모가 크지 않은 쌍용차가 당시 국내 승용차 중 가장 최고급인 세단을 개발했다. 체어맨은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했을 당시 의전차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회사가 큰 시련을 겪고 밑바닥까지 경험한 뒤에 남은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 코란도C와 티볼리, G4렉스턴을 출시하게 된 과정이다. 그렇게 힘든 상황을 겪고 다시 일어서게 된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 
 
회사의 경영정상화 과정을 지켜본 김 상무는 이 같이 뿌듯함이 있는 반면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더 잘했으면 회사가 시련을 겪지 않아도 됐을텐데'라는 생각이 있다"며 "책임감과 무게감을 많이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상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차'의 조건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고객이 원하는 차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실현시키는 것, 고객의 필요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바뀌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이에 맞는 차를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고, 소프트웨어가 기능을 안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차의 필수조건이다. 다만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지금도, 앞으로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질것이다." 김 상무는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일 할 수 있을 때까지 밤낮 없이 연구에 매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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