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평소 밤 9시를 넘겨 퇴근하고 3년 가까이 휴가를 하루도 쓰지 못하는 등 과로를 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의 유족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숨진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 A씨(당시 45세) 아내가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1999년 법원사무관으로 임용된 A씨는 2007년 법원 서기관으로 승진해 2013년 1월부터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으로 발령받았다. 이후 하루도 연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평소 오전 8시 30분 전에 출근해 오후 9시를 넘겨 퇴근했다.
법원행정처가 시행한 모든 행사의 예산 관련 논의는 세입·세출 책임자인 A씨의 손을 거쳐야 했고, 그는 행사 등에서 지출할 비용이 있을 때마다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을 직접 찾아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 특히 A씨가 처음 부임할 때 1245억여 원이었던 법원행정처 세입액이 2015년 4054억 원으로 많이 증가해 업무 부담도 늘어났다. A씨는 2015년 9월 29일 오전 법원행정처 동료들과 등산을 하다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여 만에 숨졌다.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이에 A씨의 가족은 유족보상금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당시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가 동맥경화가 있는 상태에서 등산하다 심장에 무리가 생겨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했을 뿐,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재무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그로 인해 기존에 앓던 고혈압과 겹쳐 유발된 동맥경화가 급격히 악화돼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는 업무량이 매우 과중한 상태에서 수시로 대법원장 등을 찾아 보고를 해야 했고 퇴근 후에도 자신을 찾는 전화에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했다"며 "업무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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