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하늬·이해곤기자]'사람중심'으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기조가 실질적인 업무지시로 속속 이어지면서 각 정부부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새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일자리', '경제민주화' 를 전담하는 부처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반면 과거 박근혜정부 수혜자로 꼽혔던 부처들은 조직통폐합, 적폐사업 신속정리 등으로 위기에 처하며 부처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양상이다.
23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정위의 위상이 가장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인 '경제민주화'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저격수로 꼽히는 김상조 후보자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부 출범이후 경제부처 첫 장관급 인선으로 공정위원장을 지목한데는 앞으로 공정위의 역할이 커질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제 김 후보자도 "공정위의 역할과 기능, 위상까지 모두 강화하겠다"고 말했으며, 김 후보자가 공언한 기업집단국 신설을 위해서도 공정위 조직은 확대 개편이 불가피하다.
새 정부들어 핵심 부처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부처는 환경부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본격화 하면서 미세먼지 감축 공약을 실행할 컨트롤타워로 환경부를 지목했다. 지난 15일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 지시를 내리면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아닌 환경부 장관을 불렀다. 또 최근에는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시키며 환경부에 힘을 실어줬다. 국토부 수자원정책국이 환경부로 넘어가고, 50년 만에 수자원공사도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바뀐다. 몸집도 커진다. 국토부 수자원정책국 인원이 약 50명정도로 환경부 본부 인원의 10%에 달해 환경부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일자리 정부'라고 표현한 만큼 고용부는 이번 정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처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대통령이 위원장인 일자리위원회 출범에 따라 주요 부처로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자리 정책의 주된 수단이 노동시간 단축, 고용형태 전환 등 노동권 강화인 만큼, 지금까지 고용에 치우쳤던 무게추가 앞으로는 노동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직이 크게 줄어들거나 후순위로 밀려 '찬밥' 신세가 되는 부처들도 나타나고 있다.
조직이 가장 크게 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바로 산업통상자원부.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청을 장관급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 시킨다는 조직개편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산업부가 담당하던 지역기업정책,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해외 신흥시장 진출 관련 업무가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시절 산업부로 이관됐던 통상교섭 분야도 지금까지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에 따라 다시 외교부로 편입된다. 정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박 등이 거세지는 가운데 외교 협상 기능을 통해 통상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큰 의미에서 통상 교섭 업무 관계자를 분류하면 산업부 전체 인력의 절반에 이를 수도 있다"며 "통상을 포함해 중기 정책 관련 기능과 인력이 대거 조정되면 현행 2차관 체제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부로 물 관리 업무를 이관하는 국토부도 조직 축소와 함께 '4대강'의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맞물리면서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전하는 수자원정책국의 인원은 50여명 정도지만 수자원공사를 비롯해 한강홍수통제소, 국토관리청 소속 하천관리 기능까지 이전되는 것을 감안하면 관련 예산을 비롯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적폐 청산'의 흐름 아래 4대강 사업 추진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도 지시하면서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였던 국토부는 어쩌면 가장 큰 희생양이 될지로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도 대통령이 강조하는 일자리 정책에서 밀려나며 문재인 정부의 큰 줄기에서는 한 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일자리위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에서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됐다. 또 해수부의 경우 청와대 직제개편 과정에서 해양수산비서관 자리가 사라져 해양수산, 해운·항만 정책을 농어업비서관, 산업정책비서관에게 따로 보고해야 하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이해야 한다. 이 같은 '찬밥' 신세를 대변하듯 산업부와 농식품부, 해수부는 장·차관 인사를 앞두고도 하마평이 무성한 타 부처와 달리 특별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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