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플라스틱 없는 바다, 탄소 없는 전기"…청정섬 제주, 위기에 답하다
삼다수엔 재생병, 도로엔 수소버스…"2035년 탄소중립, 제주가 먼저 간다"
2025-06-08 12:00:00 2025-06-08 12:28:24
[제주=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우리 할마니 물질하는 바다, 플라스틱으로 엉망이 돼가고 있네."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변화. 단순히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과 인류 존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리스크인데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에서 가장 앞서 대응에 나선 곳이 있습니다. 바로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제주'입니다. 
 
'2040 플라스틱 제로 아일랜드'에 이어 '2035년 탄소중립'을 선언까지.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지난 4일 제주를 찾았습니다.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기술을 적용한 ‘제주삼다수 리본'. (사진=제주개발공사)
 
"플라스틱은 줄이고, 책임은 더하고"…친환경 선도하는 업계 1위 
 
제주삼다수는 1998년 출시된 이후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대표 브랜드입니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는 용기 경량화, 재생원료 사용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탄소 감축량을 무려 50%까지 높인다는 목표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패키징 경량화를 통해 플라스틱 발생량을 15.8%까지 줄였는데, 이 비중을 2029년까지 20%로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삼다수는 제주에서 육지까지 장거리 운송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패키징을 가볍게 하면 제품이 파손될 우려가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공사는 질소 충전을 이용한 초경량 용기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주입된 액체 질소가 기체로 바뀌어 팽창하면, 페트병 내부 압력이 유지돼 용기가 쉽게 찌그러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생원료 적용 비중도 단계적으로 높입니다. 국내 업계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30%를 적용한 '제주삼다수 리본'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데요. 
 
CR-PET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용기로 사용 가능하고, 반복적으로 재활용해도 식품 접촉 용기로서 안전성이 유지됩니다.
 
공사는 원료의 품질·수급을 향상하기 위해 '물리적 재활용 페트'(MR-PET)와 '바이오 페트'(Bio-PET) 등 다양한 용기 개발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재생 패트칩 30%가 적용된 프리폼과 페트병. (사진=뉴스토마토)
 
실제 이날 공장에서 확인한 '재생원료 30% 페트병'은 새 플라스틱 페트병과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재생 패트칩이 사출성형기에 투입돼 프리폼(페트병 성형 전 단계의 원통형 소재)으로, 프리폼이 다시 페트 공병으로 만들어지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사는 재생원료 적용 비율을 2026년 10%에서 2030년 30%까지 높입니다. 현재 무라벨 제품 생산 비중은 약 65%인데, 내년엔 모든 제품을 무라벨로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플라스틱 사용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사용을 줄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103.9㎏(2022년 기준)으로 전체 국가 중 2위입니다.
 
현재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3개 중 1개 이상이 '생수 및 음료류' 포장재인 실정인데, 생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기업 노력은 실질적인 감축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제주 한림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진=두산에너빌리티)
 
햇빛·바람에 수소까지…재생에너지 한계 넘는 실험
 
제주도는 국가 목표보다 15년 앞당긴 2035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습니다. 두 축은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입니다. 태양광·풍력 발전 등을 통해 생산된 전기는 기본적으로 직접 저장할 수 없는 탓에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햇빛·바람이 강해 전기가 너무 많이 만들어지면, 전력망 수용 능력을 초과한 '잉여 전기'를 막기 위해 발전기를 강제로 멈춰야 합니다. 반대로 태양이 지고 바람마저 멎는 시간대엔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집니다.  
 
제주도는 남는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 물을 전기 분해해 만든 수소는 장기간·대규모 저장이 가능합니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린수소'로도 불립니다. 
 
제주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는 국내 최초의 그린수소 상업용 충전소로,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입니다. 버스 종점에 위치해 있어, 이날도 수소버스가 충전을 위해 드나들었는데요.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 (사진=뉴스토마토)
 
버스 충전 시간은 10분 내외로 짧았고,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도 500㎞에 달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충전 시간이 길고(30~40분), 주행가능 거리가 짧은(300~400㎞) 전기차 대비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입니다. 
 
그린수소 판매가격은 ㎏당 1만5천원(부가세 포함)으로 다소 비싸지만, 제주도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절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수소버스 300대, 수소청소차 200대를 보급한 뒤 민간에서도 운행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2035년 제주지역 탄소 배출량은 600만톤(t)으로 추산됩니다. 제주도는 순 배출 '0'을 달성하기 위해, 연간 재생에너지 7GW(기가와트) 이상, 그린수소 6만t 이상 생산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전망은 밝습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전국 최고 수준인 19.96%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이뤘고, 올해엔 전국 최초로 4시간가량 도내 전체 전력 사용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일시적 RE100을 달성했습니다. 
 
제주=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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