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개성공단 폐쇄로 원자재를 현지에서 반출할 수 없는 납품업체에 법원이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오선희)는 A사가 북한 개성공단 현지기업인 B사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북한의 개성공단 내 자산동결 및 직원추방으로 인해 피고 B사가 더 이상 원부자재를 가공해 또는 그대로 원고 A사에 인도할 수 없게 됐으므로 해당 임가공계약은 당사자 쌍방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불능 상태에 이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법 537조는 채무자위험부담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채무가 이행불능되면 채무자는 급부의무를 면하고, 반대급부도 청구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A사는 피고 B사에 대해 가공비 지급 채무를, 피고 B사는 가공 제품 인도의무를 각 면한다.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A사는 지난해 1월 B사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B사가 이를 가공해 완제품을 A사에 인도하고, A사는 가공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2월10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했고, 북한은 다음 날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 전원을 추방하며 개성 공단 내 남측 자산을 동결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현지기업 직원들은 이날 모두 추방됐고, B사 개성공단 안에 보관돼 있던 A사 소유의 원부자재 등을 개성공단 밖으로 반출할 수 없게 됐다.
A사는 “임가공계약 해제에 따라 B이 공급받은 원부자재를 반환할 의무가 있는데 개성공단 폐쇄로 현물반환이 불가능하다”며 88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B사는 “A사와의 임가공계약은 보관계약과 가공계약의 혼합형태로 각 계약이 당사자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이행불능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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