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순회경선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반문(문재인)’ 정서의 극복 여부가 최대 과제라는 것이다.
반문정서의 근원은 지난 2002년 16대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29일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정치 엘리트·기득권 세력들 사이에서 과거 자신들 의도대로 프레임을 형성하고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힘든 상황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등장으로 재차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자 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기존 반노(노무현) 정서가 반문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선출을 위한 2·8 전당대회라는 것이 중론이다. 호남지역 민주당 당직자는 “전당대회 당시 다른 후보 측에서 중점적으로 '반문' 용어를 만들었고 이후에도 용어사용이 이어졌다. 언론의 용어사용 빈도를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더해져 오늘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반문정서의 고착화를 문 전 대표의 행동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정치평론가 이종훈 박사는 “문 전 대표가 당을 이끌 때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잡지 못하는 ‘뺄셈의 정치’를 해버렸다”며 “당시 국면은 한 명이라도 세력을 보태야 할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의 역량에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8 전당대회 전부터 이같은 심리가 국민들 사이에 유포되며 어느정도 자리잡았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박사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지지한 사람 중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은 35% 정도 아니냐”며 “나머지는 박 후보가 좋기보다는 문 전 대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는 “노무현 정부를 안좋게 기억하는 국민들 사이에서 문 전 대표와 측근들에 의한 ‘패권정치’를 우려하는 심리”를 꼽았다.
이러한 심리는 문 전 대표가 높은 지지율 만큼의 호감도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해석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지난 17일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가 호감이 가지 않는다(50%)고 말한 사람이 호감이 간다(47%)고 말한 사람보다 많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문 전 대표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대세임을 인정하는 ‘쏠림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심리가 지난 27일 민주당 대선후보 호남경선을 거치며 소멸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 지역에서는 경선 전 문 전 대표의 대세론 형성과 반문정서 해소를 위한 최소 선을 60%로 내다봤다. 실제 문 전 대표가 60.2%의 지지율을 확보하자 평소 문 전 대표에 비판적이었던 지역 언론의 논조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한 호남지역 인사는 “10년 간 보수정권에 대한 패배감과 상처를 분출할 마땅한 대상이 없었던 것이 반문정서로 나타났던 것”이라며 “이제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세력 간 연대의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안일원 대표는 “반문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정체성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문재인은 안된다’는 세력간 단일화로 진행될 경우 명백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보수 단일후보와 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간 3자 구도로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호남 지역민들의 심리를 고려했을 때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보수정당과의 연대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가 열린 지난 27일, 문재인 전 대표가 60.2%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두 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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