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신약 임상 1세대…의사 출신, 제약사 설립
(인터뷰)전용관 파메딕스 대표
자타공인 신약개발 산증인…"세계 시장 목표로 벤처창업"
보령제약 '카나브' 개발 총괄…4년 안에 상장 목표
2017-03-17 06:00:00 2017-03-17 0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우리나라가 신약 개발에 나선 지는 그리 길지 않다. 우리나라 제약업력은 120여년에 달하지만 신약 개발 역사는 20여년에 불과하다. 최초의 국산신약은 1999년 허가를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비로소 신약 개발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전용관 파메딕스 대표이사 사장(60)은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의 산증인이다. 1980년대부터 30년 넘게 한길만 파고 있는 신약개발 전문가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국산신약인 보령제약 '카나브'가 전 대표가 개발을 총괄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신약 개발 여정의 황혼에 접어든 그가 제약사를 박차고 나와 신약개발 전문 벤처기업 파메딕스를 창업했다. 전세계에서 팔리는 글로벌신약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전용관 파메딕스 대표가 1986년 글로벌 제약사 한국쉐링프라우에 입사 지원을 했을 때 회사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당시에는 의사 출신 제약업계 종사자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용관 대표는 1985년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면접을 볼 때 회사 임원진이 잘할 수 있겠냐고 몇번이나 물었다. 지금에야 제약업계 의사 출신 영입이 활발하지만 당시만 해도 의사가 제약사에 취업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의사 출신 제약인은 내가 3번째로 알고 있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친척이 있어 의약품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제약산업을 눈여겨봤고,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 대표는 한국쉐링프라우, 바이엘코리아, 한국마리온메렐다우, 한국롱프랑로라 등 1998년까지 글로벌 제약사 한국법인에서 근무했다. 13년 간 제약산업 선진 시장의 노하우를 배운 것이 밑거름이 됐다고 그는 말한다. 임상시험, 약가관리, 학술업무, 허가, 마케팅까지 신약 개발의 전과정을 두루 경험했다.
 
"국산신약 1호가 개발되기도 전에 이미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들을 가지고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국내 최초로 항암제 신약 임상시험도 실시했다. 1994년에 학술마케팅을 통해 '테이코푸라닌' 항생제를 50억원대(현재 500억원대)까지 키우기도 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씨엔알리서치, 파렉셀코리아, 엘에스케이글로벌 등 임상시험대행업체에서 한국지사장,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글로벌 신약의 다국가 임상시험을 조직하고 운영했다. 20여년을 신약 임상시험에만 매달린 셈이다. 전 대표는 신약 임상시험 전문가로 정평이 나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해질 무렵이다.
 
"복제약만 개발하던 국내사들도 신약개발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신약 임상시험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사가 신약 임상시험을 했는데, 임상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임상시험이 더뎌지면서 상용화를 위한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전용관 대표는 2006년 보령제약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령제약(003850)은 고혈압신약 '카나브'의 임상시험이 난항에 빠지자 전 대표를 카나브사업본부장 및 R&D센터장으로 선임했다. 전 대표는 국산신약 개발을 목표로 카나브 프로젝트에 의기투합했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배운 신약개발 노하우를 국내 제약업계에 뿌리내리겠다는 결심도 국내사로 이직 결정에 일조했다. 전 대표가 보령제약 R&D를 총괄을 하면서 후기 2상 시험에 멈춰 있던 카나브 개발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연구소, 개발, 마케팅, 영업 등 각 부서가 카나브 임상 결과를 가지고 방향성에 대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게 문제였다.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으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보령제약에겐 반드시 개발에 성공시켜야 할 신약이었다. 제대로 된 약을 어떤 전략으로 개발하고, 어떻게 팔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견을 모아야 했다. 김은선 부회장(현 회장)에게 카나브 TF팀을 제안했다. 김은선 부회장이 팀장을 맡고 각 부서의 핵심인력이 모였다. 각 팀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카나브는 2011년에 국산신약 15호로 승인받았다. 전 대표는 카나브 임상 3상, 허가, 출시까지 상용화의 전과정을 총괄했다. 3상 단계부터 복합제(카나브플러스) 개발,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했다. 스텐달사와 중남미 13개국, 알팜사와 러시아, 아쉐사와 브라질, 글로리아사와 중국 라이선스 아웃을 성사시켰다. 카나브는 지난해 국내서 400억원 매출을 넘어섰다. 현재 41개국에서 3억7530만달러(약 4400억원)의 수출 성과를 거뒀다.
 
카나브 상용화에 성공하자 회사를 박차고 나와 전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전 대표는 2014년 KT&G(033780) 제약 계열사인 KT&G생명과학(현재 영진약품(003520)으로 흡수합병)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혁신신약을 만들겠다며 대표이사 자리를 수락했다. KT&G생명과학은 멜라스증후군 희귀질환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해당 질환 치료제는 세계 최초 개발이다.
 
전 대표는 KT&G생명과학에서 나와 2016년 5월 파메딕스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수많은 해외신약들의 임상을 주도해 국내 런칭하고, 국산신약까지 개발한 그가 못다한 꿈을 벤처기업을 통해 이루겠다는 포부다.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신약을 내 손으로 개발해보고 싶다는 목표로 회사를 설립했다. 국산신약이 27개까지 허가를 받았지만 100억원대 이상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은 4~5개에 불과하다. 해외에서 성공한 제품은 전무하다. 글로벌 국산신약 1호를 반드시 내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국내 신약 R&D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으니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도전하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파메딕스는 중증천식치료제, 비알콜성지방간치료제, 섬유화치료제 등 전임상 단계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중소제약사인 한국파비스제약과 신약개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유망 의약품을 도입할 예정이다. 파메딕스가 임상과 생동성시험을 주도하고 국내 제약사에게 판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신약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게 회사 설립 취지다. 다만 신약은 금방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이 R&D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도입한 유망 해외신약들이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3년 안에 신약의 글로벌 라이선스, 4년 안에는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신약 R&D에 더욱 정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부를 제외하고 여전히 국내사의 신약개발 시스템은 미흡한 실정이다. 글로벌사가 선진 시스템을 국내에 내려줄 필요가 있다. 이 약을 왜 개발해야 하는지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초기부터 해외 시장과 상업적 가치를 보고 개발전략을 가져야 한다.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신약개발에 매진하면 글로벌에서 판매되는 국산신약의 탄생도 머지않을 것으로 본다." 
 
전용관 파메딕스 대표가 2015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글로벌 헬스케어 포럼에서 제약산업의 방향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파메딕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