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포스코대우의 주력 사업이 뒤바뀌었다.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무역(상사) 대신 매출 비중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원개발이 전사를 이끄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외부환경 변화에도 기존 사업구조를 고수한 전략적 차원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포스코대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20조2291억원 중 무역부문이 19조4318억원을 기록, 전체 매출의 96.1%를 차지했다. 하지만 높은 매출 비중에도 불구하고 11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맏형'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자원개발 부문은 5946억원의 매출로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대신 당기순이익 2322억원을 기록, 사실상 회사의 맏이 역할을 해냈다. 지난해 포스코대우의 전체 당기순이익이 122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무역 부문의 손실을 메우고 실적 개선마저 주도했다.
일등공신은 미얀마 가스전이다. 2014년 가스전 생산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그해 포스코대우는 영업이익 3761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써냈다. 포스코대우는 미얀마 A-1광구 및 A-3광구의 쉐, 쉐퓨, 미야 등 3개의 가스전에서 하루 5억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가스는 전량 중국국영석유공사에 판매된다. 계약기간도 25년 이상 남아 포스코대우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낼 전망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대우는 동해 대륙붕 6-1남부광구 탐사사업과 미얀마 쉐 가스전 심해 유망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쉐 가스전 인근의 AD-7광구에서는 향후 3~4년간 정밀평가를 거쳐 개발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며, 광구 내 타 유망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작업도 실시하고 있다. 미얀마 AD-7 광구는 포스코대우와 호주의 우드사이드가 참여하고 있다. 미얀마 A-1, A-3 광구와 인접해,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무역부문은 20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외형에 비해 실속이 없다. 무역업은 1990년 이전까지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주요 산업이었지만, 제조업체들의 자체적인 해외영업망 확충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 이는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포스코대우의 무역부문 실적(거래액 기준)은 43억5900만달러로 전년 동기(50억1900만달러) 대비 13.2% 급감했다.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규제에 나서면서 수출 여건이 날로 악화된 탓이다.
이에 따라 무역 중심의 사업구조를 축소하고 시장의 빈 틈을 노리는 전략적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된다. 현재는 자원개발이 전체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국가간 통상 마찰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일단 포스코대우는 포스코P&S를 합병해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P&S는 철강재와 스테인리스, 열연·냉연·후판 등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이달 1일자로 포스코대우에 합병됐다. 포스코대우는 포스코P&S의 철강 유통, 가공, 스크랩 등 사업 전반을 흡수하고, 포스코그룹의 국·내외 철강 유통채널을 일원화했다. 이와 함께 정관에 국제회의기획업과 국제회의시설업, 전시 및 행사 대행업 등 향후 성장성이 높은 마이스(MICE) 사업에 대한 내용을 대거 추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임시조직이었던 신사업추진단을 상설 조직화하고 상무급을 단장으로 선임했다"며 "마이스를 비롯해 다양한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