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의 정치학)①지금 왜 협치·(대)연정을 말하나
다당체제·여소야대 상황서 '대한민국 리셋' 방편으로 당위성 획득
청산대상 '한국당' 포함 여부가 최대 쟁점…"시기·구체방안은 고민 필요"
2017-03-08 15:23:42 2017-03-08 15:23:42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촉발시킨 대연정 논란이 이번 대선의 최대 키워드로 떠올랐다. 논란의 핵심은 국정농단 세력인 자유한국당을 연정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느냐 여부다. 안 지사는 가능하면 한국당까지 포함해 협치를 통한 대연정으로 차기 정부를 운영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은 대부분 한국당과 협치를 논의하는 것은 민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연정이란 정치학적 의미로 의원 내각제에서 의회의 주요 다수 정당들이 연합해 구성하는 연합 정부를 말한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연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학적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의원 내각제에서는 연정이 깨질 경우 내각이 불신임되고 다른 연정 내각이 꾸려지거나, 총리가 의회해산을 통해 총선거를 다시 치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대연정은 일부 장관직 자리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 대연정을 지속시킬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대연정을 이야기할 때 헌법 개정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연정을 꼭 의원 내각제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지는 않고 있다. 연정이 깨질 때까지는 적어도 정책과 의제에서 의원 내각제와 똑같이 협업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명 협치로 대연정의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이다. 안 지사가 주장하는 대연정의 그림은 이 협치로 이해가 가능하다. 안 지사는 최근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좋아서 대연정을 주장하는 것도, 자유한국당과 연정을 꾸리는 것이 목표도 아니”라며 “의회와 협치 정신이야말로 개혁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대연정이 아닌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한국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위해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여기에 "적폐청산에 동의하는 야권세력과의 연정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협 때문에 적폐청산 등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는 대개혁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이재명 성남시장과 최성 고양시장 등 다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도 야당만의 연정을 주장하고 있고, 한국당까지 포함하는 대연정은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선거 전 섣부른 연정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우려한다”고 밝혔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대연정을 한다는 것보다 국회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에서 연정부지사 직을 두고 대연정을 실시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도 “올바른 정치는 대연정이다. 그러나 국정농단 세력과는 손을 못 잡는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안 지사 말고는 한국당과의 대연정을 주장하는 대선 후보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는 결국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심하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안 지사는 “선거연령 인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어느 한 법안도 통과를 못 시키고 있다. 이 의회와 3년을 더 가야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하고 나섰다. 즉 누가 집권을 하더라도 여소야대 정국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연정이라도 해야 국회 분열을 막고, 개혁 입법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을 다 합쳐도 165석에 불과하다. 국회 선진화법 등으로 쟁점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181석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범보수당의 협력 없이는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만약 전통 야3당과 바른정당(32석)만 연정을 구성한다고 해도 이탈 표를 가정하면 쟁점법안마다 매번 181표를 확보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안 지사는 개혁에 동참 의지가 있다면 현 한국당과도 대연정을 해야 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궁극적으로는 아직 한국당에 남아 있는 국회 탄핵소추안 찬성파 30여명까지 야당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분열되어 있는데 너와 나를 나눠서 현실적으로 국정운영이 가능하겠는가의 문제”라며 “협치든, 대연정이든 누가 집권하던지 그런 식으로 끌어가야 다음 정권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 지사가 대선 전 대연정 이야기를 꺼낸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 타이밍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진 세한대 대외부총장은 “자유한국당과 연정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많이 괴리가 있지 않나 싶다. 타이밍이나 방법론에서 좀 미묘하다”며 “연정 논란을 가중시킬수록 현 시점에서 안 지사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가 대연정 논란에 대해 섣부르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결을 같이한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당은 물론 범보수당인 바른정당까지 야당의 개혁 입법 등의 처리를 위해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다. 현재 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그동안 쟁점 법안 등에서 야당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 온 것이 사실이다. 결국 기본적인 가치관이 다른 집단들 간의 대연정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에서 대연정이 성공했던 사례를 살펴보면 국가적 큰 재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했을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협치도 연정도 우리가 말하는 공약수가 있어야 한다. 공통분모 없이 연정하면 연정이나 협치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여기에 안 지사가 제안하는 대연정이 어떤 그림인지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 지사는 대연정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 후보가 되면 즉시 당에 연정 추진을 위한 정당 협의 추진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필요성과 당위성만 강조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향 등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예비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왼쪽부터)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성 고양시장이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 TV' 스튜디오에서 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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