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통화스와프 연장했지만 '산 넘어 산'
사드문제로 560억달러 규모 중국과 협상 힘겨울듯
2017-02-09 06:00:00 2017-02-09 06:00:00
[세종=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최근 교착상태에 빠졌던 통화스와프 협상에서 호주와 두 배로 늘린 규모의 스와프 연장 협상이 체결돼 우리 정부가 잠시나마 외환시장에서 숨통을 트게 됐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중단된 데 이어 중국과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연장이 난항을 겪을 수 있는 우려 속에 연장협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호주 중앙은행은 오는 22일 종료예정인 통화스와프 계약의 만기를 3년 연장했다. 통화스와프 규모도 77억달러(9조원·100억 호주달러)로 기존의 2배로 늘렸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정부가 호주와의 통화스와프를 연장하면서 규모확대에 나선 데는 금융안정망 확충 목적도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세계 시장의 환율이 출렁이면서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달러강세가 되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경향 강화, 미국과 중국의 대립 등이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어 통화스와프 체결로 혹시 모를 외환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호주와의 통화스와프 연장에서는 금융안정목적이 추가됐다. 기존에는 무역결제자금 위주로만 쓸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금융시장의 위기가 올 경우 상대국의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
 
호주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등급(AAA)을 받고 있다. 또 호주달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외환거래 규모 5위(6.9%), 전세계 외환보유액 구성비에서는 6위(1.9%)를 차지하는 주요 국제통화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정부는 이번 연장협의에 특히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 정치적인 이유로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협의가 무산된 상처가 있는 만큼 금융안정망 다변화가 절실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통화스와프 규모는 약 1220억달러 수준이다. 양자간 통화스와프로는 한중(원-위안)간이 560억달러로 가장 많고, 인도네시아와 100억달러, 호주와 77억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54억달러, 말레이시아와 47억달러 순이다.
 
이중 말레이시아와는 지난달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고, 아랍에미리트(UAE)와는 작년 10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연장에 원칙적으로 합의해 현재 계약서 법률검토가 진행중이다. 다자간 협약으로는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가 384억달러 규모로 계약돼 있는데 만기는 없다.
 
문제는 앞으로의 통화스와프 협상의 길이 험난한다는데 있다. 인도네시아와의 통화스와프는 다음 달 만기가 돌아와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중 통화스와프는 다르다.
 
우리나라 전체 스와프 체결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올 10월 만기를 앞두고 있는데 사드배치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지난달 일본도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를 이유로 스와프 협상을 중단했던 뼈아픈 사례가 있다.
 
서봉국 한은 국제국장은 "스와프는 통상 만기 3~4개월 전부터 상대국과 접촉해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지금부터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적정 시간이 되면 중국과의 스와프 만기 연장을 추진할 계획인데 경제적인 것과 정치·외교적인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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