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을 만드는 사람들…외교부·충청 인맥에 'MB' 그림자
(신년기획)"조기대선에 인력난 반기문-정치복귀 노리는 MB계, 이해관계 일치"
2017-01-06 08:00:00 2017-01-06 08:00:00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오는 12일 귀국해 대선행보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 전 총장을 돕는 인사들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반기문의 사람들’은 크게 원로 자문그룹, 외교부 인맥, 충청권 정치인, 팬클럽 등으로 분류되며, 최근에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 출신 인사들이 활발한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우선 자문그룹에는 노신영·한승수 전 총리,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신경식 헌정회장, 박수길 전 유엔대사, 서영훈 전 적십자 총재 등이 거론된다. 특히 외교부 선배인 노 전 총리는 재직시절 반 전 총장을 크게 신임해 곁에 두고 총애한 것으로 유명하다.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취임 이후 방한 때마다 롯데호텔을 애용한 것도 롯데그룹 총괄고문인 노 전 총리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반 전 총장의 가장 든든한 우군으로는 외교부 인맥이 꼽힌다. 외무고시 12회 5인방이 최측근으로, 소위 ‘반기문 사단’으로 불린다.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김숙·박인국·오준 전 유엔대사, 박준우 세종재단 이사장 등이다.
 
이중 김숙 전 대사는 MB정부 시절 6자회담 수석대표, 국가정보원 1차장, 유엔대사 등의 보직을 거쳤다. 박준우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으로, 박 대통령이 국내 정치경험이 없는 박 이사장을 국회와 청와대의 가교역할을 해야 하는 정무수석에 전격 발탁했을 때 반 전 총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충청대망론’을 기대하는 충청권 인사들이 반 전 총장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그 중심으로, 그는 지난해 말 뉴욕을 방문해 반 전 총장과 1시간 이상 독대하기도 했다. 상당수의 새누리당 충청지역 의원들과 기초단체장들도 반 전 총장의 행보에 보조를 맞춰 탈당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개혁보수신당(가칭) 합류를 보류한 나경원 의원은 “보수와 중도 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대선 후보는 반 총장뿐”이라며 지지를 선언했고, 외교관 후배인 박진·심윤조 전 의원도 반 전 총장 측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충청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동생인 성일종 의원 등도 언급된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조용하게 지냈던 MB계 인사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MB 최측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국정기획수석으로 일했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 김두우 전 정무수석 등이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수 전 총리, 정진석 의원, 김숙 전 대사 등도 MB계 인사로 분류가 가능하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낙점하고 전폭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은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대선과정을 끌고 갈 실무진은 부족하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인력부족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며 “정치무대 전면 복귀를 노리던 MB정부 인사들의 공급과, 인력이 필요한 반 전 총장 측 수요가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간 발생한 각종 비리들이 그 민낯을 드러낼 것”이라며 “여권 인사들이 반 전 총장을 적극 지원하는 이유는 자기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다”고 평가절하 했다.
 
외각에서는 반기문 팬클럽들이 각개약진 중이다. 1호 팬클럽 ‘반딧불이’는 오는 10일 정책개발 싱크탱크 ‘글로벌 시민포럼’ 창립대회를 개최한다. ‘반사모’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12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전국대회 출범식을 연다. ‘글로벌반기문협의체’, ‘반존회’(반기문을 존경하는 사람들의 모임), ‘반사모 3040’ 등도 활동 중이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조직 정비와 세 확산에 열심이다. 향후 반 전 총장이 본격 행보에 나서면 교통정리 혹은 조직간 연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반 전 총장의 차기 대권 준비를 겨냥한 정책포럼의 존재도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안홍준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장청수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통일고문이 상임공동대표를 맡은 ‘인망(人望)정책포럼’이다. 지난해 5월부터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 약 200명이 참여해 강연과 정책연구 등을 진행했다. 향후 외곽 싱크탱크로 정책 자문을 하거나 창당 등 정치 세력화 과정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1월10일 오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팬클럽 ‘반딧불이’ 창립총회에서 참석자들이 반 전 총장 홍보 동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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