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보다 빨라지는 대선 시계…어젠다 설정에 나서는 각 진영
여 '진보좌파 집권 저지'…야 '적폐 해소·국가 대개조'
2016-12-18 13:47:03 2016-12-18 13:47:03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깜깜이’ 차기 대통령선거 레이스가 시작됐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순조롭게 마친다면 오는 20일이 대선 D-1년이 되지만,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60일 이내 차기 대선이 실시된다. 헌재가 언제쯤 결론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일단 여야 정치권은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는 것을 전제로 구체적인 공약보다는 전체적인 틀을 짜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간 여론 역풍을 우려해 차기 대선에 대해 말을 아끼던 야권은 당 차원에서 대선 레이스를 관리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새누리당은 친박·비박할 것 없이 “진보좌파에게 정권을 내줄 수 없다”며 ‘좌우 이념전’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경제·문화 포럼에서 “각 후보가 대선후보 캠프를 별도 구성해 선거공약을 만들고 캠페인 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당이 중심이 돼 선거 공약을 미리 준비하고, 공약에 반영할 여러 의제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명박근혜’ 새누리당 집권시기를 거치며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과 각종 적폐 해소에 방점을 찍고 공약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당내 유력 주자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하는 촛불민심에 따라 시민혁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중심으로 한 ‘국가 대개조’를 화두로 제시했다. 내년 1월15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가 대선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분당위기에 놓인 새누리당은 내홍 수습에 급급해 차기대선 준비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친박’ 정우택 원내대표는 “개헌 정국을 이끌어 진보 좌파의 집권은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고, 7표 차이로 패배한 ‘비박’ 나경원 후보 역시 정견발표에서 “좌파에게 정권을 내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집권여당이 경제·사회적으로 내세울 만한 업적이 마땅히 없다”며 “결국 좌우 이념전으로 끌고 가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내년 1월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포용적 리더십’을 내세웠다. 반 총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나는 한국 국민들이 그들 앞에 놓인 도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을 열망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 시민사회 대표, 친구 등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만날 것”이라며 “내가 한국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게 최선이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다”면서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의 포용적 리더십이 이른바 제3지대론과 연결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야 주류인 새누리당 친박과 민주당 친문을 배제하고 나머지 정치 세력이 뭉치자는 시나리오로, 반 총장이 그 구심점이 될지 주목된다.
 
지난 9월14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뉴욕 유엔 사무국에서 반기문 사무총장과 면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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