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이 미국에서 유독 고전하고 있다. 그간 비약적 성장을 가능케 했던 자국 시장이 신규에서 교체 수요로 재편,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해지면서 IT 본고장인 미국을 두드리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는 크다는 평가다.
한 소비자가 중국 ZTE의 스마트폰 'AXON'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신화
13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생산량이 6억3400만대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포와 비보 등 깜짝 스타를 배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자국 시장이 포화된 까닭이다. 개별 기업들의 성장은 해외시장 개척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관측됐다.
명운이 걸리면서 중국 업체들의 해외 공략 속도도 빨라졌다. 최근에는 중국 내 최대 스마트폰 업체로 올라선 오포가 연내 미국에서 신제품을 판매할 것으로 전해졌다. 뛰어난 성능의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중국, 인도 등지에서 이룩한 성과를 다시 한 번 누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오포가 미국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오포가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만여개를 웃도는 오프라인 유통망이 있었다. 같은 전략을 미국에서 구사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기술 특허 문제도 있다. 오포는 현재 1100여개의 카메라 촬영 관련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200여개는 전세계적으로 인정 받는다. 그럼에도 특허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지난달 인도에서 돌비로부터 오디오 특허 소송을 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지 법원이 '임시 판매 금지' 처분을 내릴 경우 인도에 공을 들여온 오포의 전략에 일대 차질이 예상된다.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애널리스트가 "중국 업체들이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표준필수특허 보유와 현지 이통사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이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들의 활동 영역은 중국으로 국한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다른 중국 브랜드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3대 제조사로 자리매김한 화웨이도 유독 미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시장점유율은 0.5%로, 여전히 미미하다. 보급형 모델인 아너8로 250~500달러 시장에 집중한 탓도 있지만, 현지 통신사들의 지원이 부족한 영향이 더 뼈아프게 와닿은다. 화웨이가 미국의 통신 안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인식도 악재다.
3%의 점유율로 5위권에 간신히 이름을 올린 ZTE는 미국 상무부의 무역 제재 조치가 아쉽다. AT&T 계열의 선불폰 서비스 업체 '크리켓 와이어리스'와의 양호한 관계를 구축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힌 노력을 반감시켰다는 평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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