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개선 대상 계속 증가…아직 갈길 멀어”
기업·단체·자치구 지원 절실, 10년 걸릴 일 7~8년만에 가능
2016-11-24 09:52:09 2016-11-24 13:56:10
[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화장실은 더 이상 어둡고 침울한 공간이 아니에요. 화장실 하나가 바뀌니 전체 학교 분위기가 달라지는걸요”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 함께 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75개 학교 화장실이 바뀌었으며, 올해도 겨울방학까지 265개 학교 화장실에 개선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기획·설계 단계부터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이 함께 들어가다 보니 만족도와 효과는 배가 되고 있다.
 
서울시도 변기 교체, 양치공간 확보, 여성 변기 비율 개선, 장애인 이용 편의 등의 가이드라인을 세워 방향성을 제시하며 전체 사업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서경란 서울시 교육환경지원팀장은 각 학교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면서 현장과 행정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개선사업의 초점은.
 
먼저 디자인디렉터 제도를 도입해 디자인 전문가가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학생들 의견을 들어 공간 구성하는 것이 포인트다. 또 가정집 변기가 서양식 변기로 일반화된 상황에서 초등학교에 있는 동양식변기를 서양식 변기로 바꾸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성 변기 비율도 현재 1.3대 1에서 늘려 여자 화장실 면적을 남자 화장실보다 크도록 조정해 1대 1까지 맞추고 있다.
 
아울러 구강건강과 감염병 예방을 위해 양치공간을 따로 만들고 세면대 수도꼭지 숫자를 늘려 나가고 있다. 이외에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개념을 설계 과정에 도입하고 각 층별로 장애인 화장실을 하나씩 갖추도록 하고 있다.
 
내년 사업계획은.
 
내년에는 서양식 변기가 60% 미만인 학교 전부를 80%로 맞춰 서양식 변기가 없어서 변을 못 보는 아이가 전혀 생겨나지 않게 만들려고 한다. 양치대도 그동안 초등학교만을 주 대상으로 했다면, 양치대 설치 원하는 모든 학교 복도에 전부 다 설치하려고 한다 특히, 내년에 제일 달라진 것은 변기 하나당 학생 수가 15명 이상인 학교에 변기 수를 늘려 변기 하나당 15명 밑으로 개선하고자 계획 중이다. 변기만 단순히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개보수년도와 상관없이 해당 학교에는 화장실을 고쳐주려고 하고 있다.
 
가장 큰 현장 변화는.
 
아이들이 직접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하니 자존감도 높아지고 화장실에 애착심을 가져 사용할 때 더 깨끗하게 아껴쓰고 있다. 화장실이 어둡던 곳에서 밝아지니깐 예전엔 ‘화장실로 따라와’라는 말처럼 어둡고 탈선하던 공간에서 ‘화장실로 놀러가자’는 말이 나올 정도의 휴게공간이 됐다. 교내 흡연율이 줄어들고 학교폭력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아이들이 화장실에 대화하러 가는 것은 물론 몇몇은 간식을 먹으러 간다는 얘기도 할 정도다. 실제 사업을 진행한 학교에서는 시청에 감사편지를 보내거나 앨범을 만들어 학부모들과 공유하고, 별도 게시판을 제작하는 등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서울에 학교가 1400개 정도 되는데 사립, 자사고, 특목고 등을 빼더라도 1330개 정도가 우리 대상이다. 한 해 200억원을 들여 200개교를 넘겨도 이는 결코 큰 물량이 아니고 앞으로 고쳐야 할 학교가 점점 늘고 있다. 현재 속도로는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라 민간 기업이나 단체, 자치구나 학교의 지원이 절실하다.
민간자원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달아오르지 않은 탓인지 노력한만큼 성과가 크지 않다. 자치구와 학교, 민간이 참여하면 10년 걸릴 사업을 7~8년 안에 끝낼 수 있을거라 본다.
 
서경란 서울시 교육환경지원팀장.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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