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박현준기자] 갤럭시노트7의 폭발 원인이 무리한 배터리 용량 확장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정된 스마트폰 공간에서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외부 충격에 약해져 발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갤럭시노트7은 3500mAh(밀리암페어)의 일체형 배터리를 탑재했다. 같은 노트 계열인 갤럭시노트5(3000mAh)와 화면 크기는 5.7인치로 같지만, 배터리 용량은 500mAh 늘렸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전문가는 1일 “같은 크기의 스마트폰에서 용량을 늘리려면 배터리 밀도를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을 더 얇게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리막이 얇아지면 외부 충격에 약해질 우려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충전 중이 아닌 상황에서도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제보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 24일부터 이어진 갤럭시노트7 폭발 글과 사진을 보면 충전 중에 폭발했다는 제보가 많았다. 충전 중이 아닌데도 제품 후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배터리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공간은 한정적”이라며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넣으려고 하는 과정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충전으로 과한 전류가 흘러 폭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다른 배터리 전문가는 “과전류가 흘러 배터리 충전용량 이상으로 충전되면 발화 위험이 있는데, 이는 갤럭시노트7뿐만 아니라 어느 배터리나 내포하고 있는 위험”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 폴리머 전지는 전지의 세부 재료와 얼마나 충전됐는지에 따라 발화점이 달라진다. 단순히 충전이 과했거나 주변의 온도가 높아진 것 외에 다른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 제기된 갤럭시노트7의 전·후면 엣지 디자인은 이번 폭발과 연관성이 낮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강 교수도 “엣지 디자인과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 SNS에 갤럭시노트7이 충전중 폭발했다는 글과 함께 올라온 제품 사진.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논란이 커지자
삼성전자(005930)는 국내 이동통신 3사에 갤럭시노트7 공급을 전면 중단한 상황이다. 31일 내부 확인을 거쳐 배터리에 결함이 있음을 확인한 삼성전자는 조만간 폭발 원인과 향후 대책을 담은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갤럭시노트7은 출시 전부터 폭발적인 반응으로 갤럭시S7의 성공을 이끌 후속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국내 예약판매 물량만 40만대에 달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출시 5일 만인 24일부터 폭발 논란에 휩싸이더니 급기야 공급 중단 사태까지 맞으면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라이벌인 애플이 오는 7일(현지시간) 아이폰7 공개를 앞둔 시점으로, 고객 이탈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소비자의 경우 안전 문제에 특히 민감해 갤럭시S7으로 높아진 위상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올해 부활의 날개를 편 삼성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초대형 악재다.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일이 민감한 사안이라 마케팅·영업·연구소 등 내부적으로도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연구소에서는 해당 엔지니어들이 오류 수정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안전을 고려해 갤럭시노트7을 전량 리콜해 배터리 교환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한편 국가기술표준원은 갤럭시노트7의 안전성 조사에 착수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기관으로, 결함이 있는 제품에 대해 리콜 명령 권한이 있다.
김진양·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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