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이른바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으로 기소된 80대 할머니에 대해 대법원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9일 살인·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83·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박씨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박씨가 범행 당일 평소에는 전혀 찾지 않던 피해자 A씨의 집을 찾아가 마을회관에 가는지를 확인한 점, 당시 마을회관에 있던 박씨와 피해자 6명 중 메소밀(농약)이 혼입된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사람은 박씨 밖에 없던 점 등을 이유로 재판부는 박씨에게 살해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이다 병은 발견 당시 박카스 병뚜껑으로 닫혀있었고, 박씨의 집 풀숲에서 뚜껑이 없는 박카스 병이 발견됐다"며 "이 박카스 병에서 메소밀이 검출됐고, 박씨의 집안에서 발견된 나머지 9병의 박카스 병과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이 같다"고 설명했다.
또 "박씨와 피해자들이 사는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의 다른 40세대에서는 같은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의 박카스 병이 발견되지 않았고, 박씨 이외의 제3자가 이 박카스 병을 박씨의 집 풀숲에 버렸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 범행 당시 박씨가 입고 있던 상의와 하의에서 광범위하게 메소밀이 검출됐고, 박씨가 운행하는 전동차, 집안에서만 사용하는 지팡이와 이 사건 박카스 병에서 메소밀이 검출됐다"며 "이는 범행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메소밀이 묻은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다른 경로로 묻었을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메소밀 중독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마을회관 밖으로 나온 피해자 B씨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쓰러진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 조치를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범행 현장에 박씨 외에 달리 구호 조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박씨가 범행 이후 마을회관 안의 상황을 최초로 목격한 마을 이장에게 피해자들이 쓰러진 원인을 정확하게 지목한 것도 유죄 이유로 들었고, 옷 등에 메소밀이 묻은 경위, 119 신고를 하지 않은 경위 등에 관한 박씨의 변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박씨는 화투를 치다가 다퉜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7월 마을회관 냉장고의 사이다병에 메소밀을 혼입해 피해자 노인 6명이 음료수인 줄 알고 마시도록 해 이중 2명을 사망하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리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배심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낸 유죄 의견을 받아들여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며, 2심 재판부도 1심판결을 유지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박씨가 사이다 병에 농약을 혼입하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는지가 쟁점"이라며 "이에 관한 직접증거는 부족하지만, 간접증거 등을 상호 관련 아래 종합적으로 고찰해 알 수 있는 여러 사정에 비춰 범행을 저지른 것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봐 유죄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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