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미국이 ‘기회의 땅’으로 돌아왔다. 경기 호조에 따른 수요 확대와 양질의 투자 인프라,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까지, 투자를 유인할 매력들이 부각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사드 보복 논란에 경착륙 우려까지 제기돼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있는 중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한때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던 LG화학 미국 홀랜드 전기차배터리 공장은 180도 달라졌다. 100% 가동은 물론, 순이익도 지난해 흑자전환에 이어 올 상반기 230억원으로 커졌다. 연말 크라이슬러 신차가 출시되면 이 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홀랜드 공장은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판매량이 늘고 있는 홀랜드 공장의 인력과 생산라인 확충에 나섰다. 반면, LG화학이 지난해 말 글로벌 3대 생산기지 중 하나로 출범시킨 중국 남경 공장은 기대와 다르다. 지난해 35억원의 적자가 올 상반기 65억원으로 불어났다. 중국 내 배터리 보조금 지원 대상 탈락 우려도 있다. 리스크만으로도 수주 경쟁에서 처진다.
중국은 자급력 확대와 인건비 상승, 보호주의에다 최근 사드 문제까지 불거져 투자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졌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에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2013년부터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이와 달리 미국은 유망 시장으로 부활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수준을 뛰어넘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떠났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분주하게 미국 문을 두드린다.
삼성전자는 향후 4년간 미국에 약 12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이달 11일에는 미국 주택경기 호조를 눈여겨보고 B2B 가전시장 진출을 위해 데이코를 인수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도 사들였다. 미국을 사물인터넷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에너지저장장치(ESS)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원에너지시스템즈를 인수했다. 한국전력은 이달 말 미국 태양광발전소 인수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미국 판매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현대차도 연초 계획보다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엑시올과 합작해 30억달러 규모의 현지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해외직접투자는 북미 지역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특히 미국 투자가 36.1% 증가한 39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대북미 투자 증가세를 견인했다. 투자금액이 가장 높은 곳도 미국이다. 중국은 14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미국 정부가 세액공제 등 투자 유인을 제공하는 것도 대미 투자 확대 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대미 직접투자는 3484억달러로 7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 투명한 규제와 법제도, 높은 교육수준과 우수인력,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비용, 뛰어난 교통 인프라 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해외투자 증가가 국가 경쟁력 우위로 직결된다고 보고 세액공제, 보조금, 대출지원 등 2000개 이상의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 경제 부활은 기회”라며 “대미 투자 진출 확대와 첨단기술 공동연구 등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화학, ICT, 의학, 우주항공, 정부조달 등 다양한 분야의 진출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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