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지도자로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국가를 이끄는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를 보는 일도 이제 낯설지 않다. 일반 직장에서도 여성들이 능력을 인정받으며 성공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으며 소통을 중시하는 지식경제사회는 여성들의 공감 능력을 원한다. 하지만 아직도 세상을 지배하는 건 여전히 남성이다. 여성들의 지위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상위층에서 남성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으로 높다. 여성의 사회 참여나 직장 내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대다수 여성에게 큰 장벽이다.
창조사회를 이끄는 여성 리더십
여성 지도자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지식경제 중심의 창조사회로 들어서면서 여성들이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측면도 있다.
글로벌 리더십 컨설팅업체 젱거포크만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조직 내에서 남성 리더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음에도 모든 계층, 대부분의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뛰어난 분야는 '전략적 관점 개발'뿐이었다.
여성 리더십을 대표하는 단어는 소통, 감성, 섬세함, 배려, 포용 등이다. 창의적이고 소통을 중요시하는 지식경제시대에는 여성 특유의 이런 능력들이 큰 장점이 된다.
지난 13일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영국의 여성 총리가 된 테리사 메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된 상황에서 해결사로 등장했다.
외신들은 여성 지도자들의 강점으로 공감 능력과 유연성, 협상 능력 등을 꼽으며 "국론이 분열된 상황에서 남성 지도자들이 핏대를 세우며 싸울 때, 대중들은 여성 지도자를 무대 위로 부른다"고 전했다.
여성이 인류의 마지막 자원이라는 얘기도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여성 인력의 잠재력을 어떻게 끌어내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 1위로 꼽힌 적 있는 컨테이너스토어의 킵 틴델 CEO는 "여성들은 소통과 협업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어 남성보다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며 "군대 같은 수직적 조직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계의 여성화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유리 천장 이후 유리 절벽 기다려
유리 천장을 뚫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졌지만 여전히 세상의 중심은 남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의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5% 이하다. 4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여성이라는 의미다. 스웨덴처럼 여성 의원이 50%에 육박하는 국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10~20% 정도에 머문다.
미국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단 23명, 전체의 4.6%에 불과하다. 이사회의 여성 비율도 19.9%에 불과하다. 최고액 연봉자에 이름을 올린 여성은 10%에도 못 미친다.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조차 여성 지도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낮은 직급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비율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캐탈리스트 자료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4.3%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결국 최고위층에서는 남성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며 여성들은 밀려난다.
고위직에 올라간 여성들이 새로운 한계를 만나 다시 추락한다는 '유리 절벽'도 문제다. 사회가 위기 상황에서는 여성의 지도력을 필요로 하지만 위기가 지나가면 다시 남성이 여성을 밀어내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미셸 라이언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여성 지도자들이 난세에 맡는 역할은 지극히 어려운 것"이라며 "결국 여성들이 실패한다면 실패한 지도자가 아니라 실패한 여성으로 남아 남성 지배 체재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유리 천장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와 출산, 유아 문제 등이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 노르웨이,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장려하는 여성임원할당제가 시행 중이다. 기업들이 여성 임원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법이다. 시행 초기 일부 기업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경영진에 여성이 포함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지배 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