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빚에 쫓기는 소비자, 빚내라 부추기는 정부
공휴일 요일제와 블랙프라이데이
2016-07-11 06:00:00 2016-07-11 09:03:37
공휴일 요일제 도입과 블랙프라이데이 정례화는 정부가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 내용의 일부이다. 요지는 세일과 휴일을 늘려 소비를 늘림으로써 내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휴일 늘려 소비 늘리고 경기 살리겠다는 정부
 
바로 며칠 전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휴일수가 늘 수 있는 공휴일 요일제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에게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지만 직접적인 목적은 휴일 수를 늘려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목적으로 대체공휴일제도를 시행해 경기 진작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한 정부가 휴일정책 2탄을 들고 나온 것이다. 부작용 없는 최선의 경기부양책이 휴일정책이라고 믿는 정부가 가뜩이나 빚에 쫓기는 소비자들에게 빚 더 내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그러나 지난 해 8월 임시공휴일 지정 때 반짝 소비는 늘었지만 가계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예년 8월의 2배로 증가했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 5월 가족의 달, 임시공휴일을 더한 나흘간의 황금연휴에도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갑자기 늘었다고 한다. 지갑을 열 여유가 없는 소비자들이 빚을 내어 연휴를 보냈다는 얘기다.
 
세일 정례화로 소비 위축 해결하겠다는 정부
지난해 말에는 정부가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국내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대규모 할인행사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도 연초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하면서 소비 위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작년에 소비 진작을 위해 블랙프라이데이를 해서 상당히 효과를 봤고 올해 정례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첫 부처합동 업무보고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블랙프라이데이의 국가브랜드화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훈풍이 불었던 곳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였고 중소제조업체들은 제살 깎듯 마지못해 납품을 해야 했다. 정부가 나서고 유통업체가 주도했던 반짝 세일과 거리가 멀었던 재래시장은 오히려 썰렁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까지 매출이 상승한 백화점도 있었지만 산업 생산은 블랙프라이데이 실시 다음 달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한다.
 
생계형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에 갇힌 소비자
 가계부채가 국민 1인당 약 2400만원, 가구당(4인 가구) 1억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2금융권, 대부업체 대출까지 감안한다면 국제금융협회 통계처럼 1인당 부채가 3300만원도 넘을 것이다.
 
1200원이 넘는 엄청난 가계부채 규모도 문제지만 가파른 증가 속도가 더 무섭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161분기에 11.4%가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신용불량자(금융채무불이행자)100만명을 넘었고, 연체금액은 무려 13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연 금리가 29.9%에 달하는 대부업 대출거래자만도 약 268만명이나 되고 이중 약 65%는 생계를 위해서 돈을 빌린다고 한다.
 
가계대출 부추기는 세일과 휴일 정책
부채와 물가에 움츠려든 소비를 살릴 수 있는 건 '블랙프라이데이 정례화'공휴일 요일제 도입이 아니다. 할인 행사나 늘어난 연휴는 내수 활성화의 효과보다 오히려 가계대출로 이어졌다. 세일과 휴일 늘리기는 소비 위축을 해결하고 건전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이 될 수 없다.
 
물론 모든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뛰고 있다. 미국 9·11 테러사건 직후 경기가 얼어붙자 시장주의 국가답게 부시대통령은 소비자들에게 국가가 어려우니 국가를 위해 더 많이 소비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옆 나라 일본 아베정부도 역시 휴일정책까지 만지작거리며 소비 진작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러나 업체에게 맡겨야 할 세일행사를 두고 내수활성화에 효과 있으니 정례화하겠다고 대통령이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부처가 세일행사를 국가브랜드화 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빚에 쫓기는 소비자를 살피기보다 빚내라 부추기며 휴일정책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문은숙 서울연구원 초빙선임연구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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