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일 국방홍보원장이 지난 4일 국방홍보원 창설 75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국방일보>와 <KFN TV> 등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매체에 자신의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강요했다는 등의 공익신고가 제기돼 국방부의 감사를 받고 있는 채일 국방홍보원장이 공익신고 직전 <국방일보> A 기자를 불러 자신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삭제를 강요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채 원장에 대한 공익신고서에 담긴 내용인데요.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채 원장은 지난 7일 A 기자를 원장실로 불렀습니다. 이 자리에는 감사심의팀장과 A 기자의 소속 팀장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채 원장은 A 기자에게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이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고 A 기자가 답변을 거부하자 감사심의팀장에게 지금부터 자신과 A 기자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라고 지시했습니다. A 기자가 일방적 녹음이 부당하다며 항의하자 채 원장은 녹음 대신 감사심의팀장에게 대화 내용을 받아 적을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후 채 원장은 A 기자의 소속 팀장까지 호출해 이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 삭제할 것' 지속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이에 A 기자가 '개인의 카카오톡 대화 삭제를 강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명확한 거부 의사 표명하자 채 원장은 '앞으로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 외부에서 언급될 경우 당신인 줄 알겠다. 명예훼손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A 기자를 협박했다는 게 공익신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 상황에 대해 A 기자가 '기관장의 고압적인 태도와 직원 감사를 담당하는 감사심의팀장, 근무평정에 영향을 주는 직속 상관의 압박 속에서 대화가 이뤄졌다', '채 원장이 카카오톡 대화에 남아 있는 증거를 인멸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극도의 모멸감과 부당함을 느꼈다'는 취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부당함을 토로했다는 게 국방홍보원 내부의 증언입니다.
공익신고서에는 채 원장이 지난해 12·3 불법 비상계엄과 관련한 <국방일보> 보도 파문 이후 책임 회피를 위해 직원들에게 근거 문서를 작성하게 한 정황도 담겨 있습니다. 문제가 된 보도는 지난해 12월13일 자 <국방일보>의 윤석열씨 대국민담화 보도입니다. 채 원장이 윤씨의 대국민담화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룰 것을 지시하고, 인쇄 직전 최종 편집된 지면까지 확인했음에도 국방부의 조사가 나오자 자신이 지시한 게 아니라 통상적인 대통령 보도 원칙을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후 직원들에게 근거를 만들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보고 문서 초안에 보도 당시 자신이 관여한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검토 과정에서 축소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한편 채 원장이 공무원 신분인 <국방일보> 직원들에게 공개 집단행동을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채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불법 비상계엄'을 뺀 <국방일보> 보도와 관련해 '기강' 문제를 지적한 것을 두고 30일 열린 내부 간부회의에서 '(대통령의 편집권 침해로) <국방일보>가 위기인데 기자들이 성명서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31일 전해졌습니다. 이 발언 역시 채 원장이 자신으로부터 발생한 문제를 직원들에게 떠넘기려 한 것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국방홍보원 내부에서는 '원장이 기자들을 방패막이 삼으려고 한다', '비겁하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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