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인권위·국민연금운용·산업재해 등 UNGP 워킹그룹 방한 대비 보고대회 열려
지난 10일 국내 15개 시민단체 참여, 분야별 인권 침해 실태 공유
워킹그룹은 5월 23일~6월 1일 방한, 다양한 주체와 만나 “기업과 인권” 진단
2016-05-16 06:01:00 2016-05-16 06:01:00
지난 2006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국제연합 인권이사회(UNHRC)’의 설치가 결의되었다. UNHRC는 UN 가입국의 인권상황을 정기적, 체계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설위원회다. 구체적으로 ‘인권 보호와 증진에 관련된 사항 권고’, ‘인권 침해 예방 및 인권침해 상황에 대응’, ‘국제연합 회원국의 인권상황 개별 심의’,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국제인권법 관련 국제연합 총회에 권고’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5년 후인 2011년 6월 10일 열린 제17차 UNHRC에서 기업과인권이행지침(UNGP 혹은 GP : The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이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기업과 인권’ 이슈는 초국적 경제활동의 증가와 더불어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정책문제로 대두했다. UNGP는 ‘기업과 인권’에 대한 기준과 관행을 향상하고,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세계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UNGP 결정과 함께 다국적기업 기타 이슈에 관한 워킹그룹 설치 역시 의결되었다.
 
워킹그룹은 UNGP의 효과적이고 광범위한 확산과 이행을 위한 실무 팀이다. 기업, 국가인권기구, 시민사회, 권리주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구하여 요청에 따라 국가 혹은 기업에게 자문이나 권고를 할 수 있다. 워킹그룹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국가 방문이다. 워킹그룹 구성원이 직접 국가를 방문해 긴밀하게 정보를 수합하고, 이것을 토대로 정리하여 해당 국가의 ‘기업과 인권’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 우리나라에는 5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방문한다.
 
워킹그룹은 미국에 대해서는 ‘국가정책에 UNGP 이행 장려’,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보공개 권고’, ‘국가 소유 및 관리 기업에 인권 실사 시행 강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입장을 정리하여 권고한 바가 있다.
 
워킹그룹과 국가기관 간의 접촉은 필수적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인권 침해 현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국가기관은 대내외적인 시선을 의식하여 인권 침해를 묵과하거나 그 피해를 축소시킬 유인이 강하기 때문이다. UNHRC에서도 국가 방문 시 워킹그룹에게 다양한 주체와의 만남을 규정하고 있다.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방한 맞이 보고대회
지난 5월 10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워킹그룹의 방한을 맞이하기 위한 보고대회가 열렸다.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방한 맞이 보고대회’에는 15개 단체가 참가하여 각 분야별로 인권 침해 실태를 구체적으로 공유하였다. 이 날 행사에는 시민단체는 물론이거니와 노동조합원 다수가 참석하였으며, 법무부 인권국, 외교부의 인권사회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관계자들이 함께하였다.
 
파트는 ▲정부 규제 및 정책 관련 인권 실태 ▲노동관련 인권 실태 ▲산업재해 관련 인권실태의 세 가지로 구성되었으며, 그 외에 ▲기타 특정 이슈가 다뤄졌다. 발제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국제인권클리닉,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제민주연대, 기업시민센터,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반올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국가 기관부터 인권 실사 의무를 이행해야
2001년에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공기업 및 정부투자기관의 모든 인권침해 진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구이다. 그러나 2009년 아시아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 하향조치 요청을 비롯하여 계속해서 독립성 훼손 논란이 있어왔다. 국제민주연대 강은지 팀장은 “2009년부터 인권위는 ‘기업과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보여주기 식이 활동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인권위가 ‘기업과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업들에게 인권 경영을 전파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업으로 영향을 받는 인권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하는 본연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역시 ‘기업과 인권’ 문제에 있어 주요한 책임자로 지목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운용본부가 2016년 2월 기준 519조7000억원의 연금기금 운용을 전담하고 있다. 국가의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공적기관인 만큼 인권실사 주체로서 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2015년 초 국민연금법이 개정되어 기금운용에 ESG 고려여부를 공시하는 것을 의무화하였다.
 
기업책임시민센터의 김용구 국장은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의하면 ESG를 고려해 지분의 5/100이상을 소유한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며 “기업 인권 존중 책임을 증진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인권 실사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분부가 인권실사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정확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망에 이르는 사업장에서의 산업재해
기업 노동환경 일선에서의 인권침해문제도 제기되었다. 유성기업은 현대자동차에 자동차 엔진 피스톤링을 납품하는 업체이다. 유성기업은 기업 내 노동조합을 해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합원에게 폭행이나 차별적대우, 불합리한 징계처리 등을 통한 인권 침해를 자행해왔다. 홍종인 전 금속노조 유성지회 아산지회장은 “현대자동차 역시 1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인권침해행위를 방관 혹은 지시해 왔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피해가 커지고 있다. 노조에 대한 차별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재해와 관련된 사례 중 하나로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가 제시되었다. 삼성전자 반도체/LCD 생산 공장의 노동자 중 일부는 직업병으로 의심되는 암과 각종 희귀질환으로 고통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까지 시민단체 반올림에 제보된 피해자의 수는 223명. 그 중 76명은 이미 사망했다. 첫 피해자로 알려진 고 황유미씨의 백혈병을 포함하여 일부는 정부 혹은 법원에 의해 직업병으로 인정되기도 하였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압도적이다. 여전히 반도체 공장 내부의 안전보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업무환경 관련 정보를 은폐한다는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반올림의 임자운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정부기관이나 학계 전문가들이 공장 내부 위험성을 진단한 보고서들의 내용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은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변호사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내부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외부 진단을 정기적으로 받고, 그 결과에 따른 문제점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정부는 회사의 영업비밀 주장 남용을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UNGP 워킹그룹 방한을 맞이하기 위한 보고대회의 세션1 모습. 왼쪽부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변호사, 고려대학교 리걸클리닉 김소리 변호사, 기업책임시민센터의 김용구 국장, 국제민주연대 강은지 팀장,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국장,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 사진/KSRN
송은하 KSRN기자
편집 KSRN편집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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