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1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바바라 해안 56km가 기름으로 뒤덮였다. 정유 회사 유니언 오일이 폭발물을 이용, 원유 시추 작업을 벌이다 사고로 기름 1135만 리터가 유출된 게 원인이었다. 당시 상원의원 게일로드 넬슨은 이를 계기로 환경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려 했다. 넬슨 의원은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참가한 ‘자연보호 전국 순례’로 환경 운동 바람을 일으키려 했으나,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1969년 순회강연 도중 대학가의 베트남전 반대 시위를 보면서 전국적인 환경보호 캠페인을 겸한 시위를 구상했다. 반전 사회운동의 에너지를 대기·수질오염 반대로 확산시킬 수 있다면 대규모 환경운동을 조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넬슨 의원은 하버드에서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던 데니스 헤이즈를 영입, 본격적으로 전국 규모 집회를 기획했다. 헤이즈는 85명의 스태프를 미 전역에서 모집하여 각자 사는 지역에서 석유 유출 사건을 알리고 집회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도록 했다. 당시 참가 규모가 가장 큰 집단이었던 대학생들의 일정을 고려해, 봄방학과 중간고사 사이 4월 22일을 집회일로 결정했다.
1970년 4월 22일, 미전역에서 2000만 명이 거리로 나섰다. 시민들은 도로, 공원, 강당 등에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구호를 외쳤고, 수천 개 대학에서 환경오염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당시 뉴욕 센트럴파크 집회에 참가한 존 제이 뉴욕 시장은 참가자들에게 환경, 기후변화 등의 슬로건을 역설하는 대신, “살기를 원하는가, 죽기를 원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지금은 세계 190개국, 10억 명이 함께하는 ‘지구의 날’ 캠페인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2일은 46주년 지구의 날로, 올해 주제는 “지구를 위한 나무(Trees for the earth)”였다. 2020년, 지구의 날 50주년을 앞두고 ‘지구의 날 네트워크’는 ‘78억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시작했다. 78억은 전 세계 인구를 의미하는 숫자다. 나무심기는 ‘지구의 날 네트워크’가 202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다섯 가지 목표 중 첫 번째다. 지구의 날 네트워크는 2016년 지구의 날 발표문에서 “이런 시도가 지구에 유의미하고 측정 가능한 수준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의 날 네트워크’에 따르면 1에이커(1224평)의 숲은 석유 차 한 대가 2만6000마일(4만1842Km)를 달릴 때 나오는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건강한 나무는 호흡을 통해 공기 중의 오염물질과 질소산화물, 암모니아, 황산화물, 오존 등 유해 가스를 흡수하여 공기 정화 효과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환경회의’의 주최로 17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일대에서 “지구를 위한 나무” 행사를 열었다. 약 3000여 명의 시민들이 행사장을 방문했으며 다양한 활동과 함께 지구의 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파리기후협약 서명식
46번째 지구의 날을 맞이해,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파리기후협약 서명식이 열렸다. 이 서명식 이후로 파리 협약은 공식 발효의 중요한 관문을 넘었다. 유엔 196개 회원국 고위 지도자들이 모두 초청됐고, 첫날 175개 국가가 서명했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이번 서명식은 단일 국제협약에 하루 동안 가장 많은 국가가 서명한 기록을 남겼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은 환경보호가 미래 세대를 위한 의무라는 뜻에서 자신의 손녀를 직접 안고 25번째로 서명했다. 139번째로 서명한 우리나라의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국가별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파리협정 발효를 위해 국내 비준절차를 조속히 추진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제출한 국가별 기여방안(NDC) 이행을 위해 올해 중으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서명식을 주재한 반기문 총장은 “결과 없는 소비의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 경제를 비탄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작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6개국이 합의한 기후변화협정은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의 틀로 평가된다.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 협정은 196개국 모두가 지켜야 하는 합의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Well below 2℃)하고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노력을 한다'는 장기목표 아래 각국은 기여 방안을 스스로 정하되 5년마다 상향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22일에 열린 서명식에 이어 파리협정은 1년간 각국에 서명이 개방된다. 협정은 55개국 이상의 국가가 비준하고, 그 국가들의 국제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총합 비중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이 되면 발효된다.
국내 지구의 날 캠페인
지구의 날이 세계적 규모의 캠페인으로 자리잡은 것은 1990년에 이르러서다. 국내에선 1990년 공해추방운동연합 등 민간단체 주도로 지구의 날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 땅을, 이 하늘을,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해’라는 슬로건과 함께 ‘하나뿐인 지구, 하나뿐인 국토, 하나뿐인 생명’을 주제로 남산 백범광장에서 지구의 날 첫 행사를 시작했다.
환경부는 2009년부터 ‘기후변화 주간’을 지정해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천 내용을 제시해왔다. 올해 환경부가 지정한 기후변화 주간은 4월 20~26일이다. 전국 각지에서 자가용 타지 않고 출근하기, 1시간동안 건물 조명 및 전등 끄기, 차 없는 거리 운영 같은 행사가 펼쳐졌다.
24일 대구에서는 ‘2016 대구시민생명축제’가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렸다. 이날 반월당에서 대구역네거리까지 중앙로에서는 24시간 동안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2016 지구의 날 대구위원회’와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오전 11시부터 밤 10시에 이르기까지 수만 명의 시민들이 자전거타기, 걷기행사 등에 참여하고 축하공연과 기념 퍼포먼스 등을 즐겼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인디밴드와 예술가들이 참가하는 버스킹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하루 동안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도로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그린아스팔트, 예술가와 함께 그리는 지구 이야기’ 등의 프로그램도 있었다. 지역 시민, 환경 단체, 사회적 기업 등은 전시체험 부스마당에서 기후변화, 도시와 공동체, 사회적경제, 녹색 교육 등 4개 테마로 구성된 코너에서 전시회·강연 등을 열었다.
어스 아워(Earth Hour) 캠페인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밤 7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깜깜한 거리는 호주인들에겐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지구를 위한 한 시간, 어스 아워(Earth Hour)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은 2007년 지구의 날을 앞두고 처음 기획되었다. ‘어스 아워’ 행사는 한 시간 동안 각 기업과 가정이 모든 조명을 끄고 전기의 소중함을 깨닫고 탄소 배출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어스 아워는 시드니 모닝헤럴드지와 세계자연기금(WWF)이 함께 기획하여 시드니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2007년 3월 31일 밤 7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소등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던 행사로, 시드니 전체 전력 소비량이 2.1~10.2% 가량 줄어들었다. 호주 시민 220만 명이 참여했던 행사는 현재 전 세계 130개국, 4000여개의 도시와 빅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에펠 탑, 파르테논 신전 등 전 세계 주요 기념물이 함께하는 거대한 행사가 됐다.
올해 한국에서는 WWF-Korea가 ‘어스 아워’를 기념하기 위해 코엑스와 한국종합무역센터와 협력하여 ‘어스 아워’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WWF-Korea 윤세웅 대표는 “세계수출 6위국인 한국이 전등끄기 행사에 가장 상징적인 곳은 어디일까 고민하다가 무역센터 빌딩을 선정했다”며, “한국이 자원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도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자연기금(WWF) 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전 세계 평균 자연자원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1.6개분(2015년 기준)의 지구가 필요하다. 반면 한국을 기준으로 잡으면 2.5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그만큼 한국의 자연자원 수요량이 크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