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가 멈추고, 주택거래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주택시장 분위기를 놓고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또 일각에서는 봄 이사철을 계기로 거래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도 있다. 과연 주택시장은 정말 봄 이사철 전셋값 상승세를 타고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우선 올해 초 주택거래량과 가격변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2월 주택매매거래량은 전년동월대비 24.9%가 감소했다. 전달과 비교해도 5%가 줄었고, 1~2월 누적 거래량 역시 지난해보다 23.1%나 줄었다. 최근들어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분양권 전매거래 역시 1월과 비교해 19.2% 감소하는 등 매매거래량은 확연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수도권이 수도권 25.1%, 지방 24.6% 감소하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거래량이 줄었다.
이같은 주택거래량 감소에 대해 다양한 분석들을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부는 지난해에 급등한 거래량에 따른 기저효과를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 평균 거래량을 살펴봐도 12.2%가 줄었다.
기저효과는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에 대한 비교인데, 지난해 워낙 거래량이 많아서 기준시점보다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 5년 평균치와 비교해도 10% 이상 적은 물량인 만큼 다른 부분에서 이유를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택거래량 감소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설 연휴 등에 따른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래량 감소세를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주택 거래량 변화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아파트가 34% 하락했고, 연립·다세대는 1.4% 줄었다. 반면, 단독·다가구는 2.6%가 늘었다. 이는 전체 거래량 감소보다는 전세난에 따른 영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보다 저렴한 주택을 찾아 수요자들이 연립·다세대로 이동하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었지만 다시 감소한 것은 연립·다세대 마저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더 저렴한 단독·다가구로 이동하면서 거래량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요인은 2월 수도권부터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다. 우리나라 주택 구입자들은 충분한 여유자금으로 주택을 마련하기 보다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대출을 안고 매도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에 부담이 늘면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더해지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복합적으로 주택구매에 보수적으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앞으로 봄 이사철을 타고 주택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느냐이다. 우선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전세난에 따라 매매가격 상승이다.
하지만 월세전환이 빨라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주택전월세 거래량을 살펴보면 2월 거래량은 9.6%가 늘었다. 전달과 비교하면 33.4%나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 증가량이 월세가 차지하고 있다. 전세는 2% 증가한데 비해 월세는 19.9%나 급증했다. 월세 거래 비중이 현격히 늘어난 것이다. 2월말 기준 전국 전월세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4%포인트가 늘어난 46.2%에 달한다.
결국 전셋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저금리 기조에 빠르게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가격이 매매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결국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영향을 받겠지만 보다 국지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급이 많아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지역은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충분히 상승 여력을 가질 것이다. 실제 최근 전국 아파트값을 보면 서울은 여전히 보합세나 소폭 상승세를 보이는 자치구들이 있지만 대구나 경북, 충남 등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상승이 기대되기도 한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 멸실주택수는 4만가구에 이르지만 입주가구는 2만4000여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방은 대구와 부산, 지방 혁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입주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5월부터는 지방에도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자들의 매수세는 더욱 움츠러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정책 기조에 대한 변화가 일부 예상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공급과 수요 원칙을 크게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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